유럽의 세계 AI 컴퓨팅 역량 비중은 5%에 그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해외 AI 모델 의존이 핵심 서비스와 금융 안정에 위험을 줄 수 있다며 자체 인프라와 공급 역량 구축을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9월 14일 오스트리아 빈 연설에서 미국이 세계 AI 컴퓨팅 역량의 약 7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목할 만한 AI 모델은 미국에서 59개, 중국에서 35개 나왔고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1개를 개발했다. 이 수치는 ECB 연설문에 담겼다.
라가르드 총재가 짚은 위험은 AI 모델 접근권과 데이터 통제다. 세관 심사와 세금 신고 검토, 교통, 병원, 은행 결제 등 핵심 서비스에 AI 활용이 확대되면 외부 공급자가 접근 조건을 바꾸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때 여러 부문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데이터가 다른 나라 법률의 적용을 받는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점도 기업의 AI 도입 부담으로 꼽았다.
그는 유럽이 AI 도입을 늦추면 생산성 향상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ECB는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10년 동안 생산성 수준을 최대 4% 높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조건부 추정치로, 확정된 효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ECB는 유로존 기업의 2026년 전체 투자액 가운데 약 10%가 AI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분기 기업 대출 증가분의 약 4분의 1은 AI 관련 차입이었다고 밝혔다.
금융 안정 문제는 10월 1일 라가르드 총재의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 연례 회의 연설에서도 다뤄졌다. 그는 유로존 주요 은행 10곳 가운데 거의 9곳이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위험 평가를 개선할 수 있다. 반면 금융기관들이 소수의 유사한 모델에 의존하면 시장 움직임이 증폭되거나 사이버 공격이 여러 기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경고했다. ESRB 연설문은 시장 거래와 사이버 복원력, 지정학을 점검 분야로 꼽았다.
두 연설은 AI 활용의 생산성 효과와 해외 공급망 의존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함께 제시했다. 가상자산·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도 언급되지 않았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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