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디지털 자산'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가 부동산을 증권형 토큰(STO)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암호화폐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투자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4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개발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지역상생리츠'를 내년부터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업의 핵심인 부동산 디지털 자산화는 블록체인 기반인 만큼, 암호화폐 기술과 접목해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리츠(REITs)'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모해 외부 투자자 중심이었지만, 지역상생리츠는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나아가 토큰화된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변모하면서, 소액 단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서울시는 특히 SH공사가 직접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B9 부지를 첫 적용 대상지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 시민이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고, 성과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시민 동행 개발'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법 개정도 한몫했다. 지난 5월 개정된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지역 주민 우선 공모를 명시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서울시는 SH공사, 서울투자운용주식회사(AMC) 등과 협력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STO 방식의 '디지털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다양한 인센티브도 검토하고 있다. 규제로 얽매기보다는 공공 기여율을 완화하거나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임창수는 "지금까지 일부에게만 집중됐던 개발이익을 시민과 공유하는 새로운 시도"라며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동행 개발로 부동산 투자환경도 한 단계 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STO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 디지털 자산은 향후 암호화폐와 결합하면서 투자와 유통, 거래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이 실험이 국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 확산의 디딤돌이 될지도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