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디지털 화폐 은행' 설립 추진…USDC 86조 원 직접 운용 나선다

서클, OCC에 디지털 자산 수탁 허가 신청…USDC 직접 운용 나선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퍼스트 내셔널 디지털 커런시 뱅크(First National Digital Currency Bank)’ 설립 승인을 요청하며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C 운용에 대한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이 은행이 승인될 경우, 서클은 향후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더 이상 제3자에 의존하지 않고 약 86조 1,800억 원(620억 달러) 규모 USDC 준비금을 독립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이번 신청은 지난 6월 30일자로 접수됐다. 현재는 미 OCC에서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며, 승인 전 30일간의 대중 의견 수렴 기간이 포함된다. 전반적인 절차에는 보통 약 120일이 소요된다. OCC는 이 신청서를 바탕으로 기업 구조, 자본 요건, 글로벌 규제 기준 적합 여부, 서비스 모델 등에 대한 종합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서클 관계자는 이번 신청 배경에 대해 “현재 블랙록(BlackRock)이 USDC의 대부분 자금을 관리하고 있지만, 이는 신뢰성과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이상적이지 않다”며, “내재된 위험을 제거하고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처럼 외부 운용사에 종속될 경우, 시스템 리스크 발생 시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클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USDC 기반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완전 자율화’와 ‘투명성 확보’다. 이를 위해 서클은 토큰화된 국채 및 주식,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의 블록체인 기반 수탁 및 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비트코인(BTC) 같은 일반 암호화폐보다는 실물 자산 기반의 토큰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신청과 관련해 서클은 ‘제니어스법(GENIUS Act)’ 규제 요건 충족을 위한 포석도 깔았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 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있어 보다 엄격한 통제와 상호운용성 요건을 명시하고 있어, 연방기관의 감독을 받는 신탁은행 설립은 법적 신뢰도 확보 측면에서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국채 기반 토큰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클은 미 금융 시스템 내 제도권 진입을 통해 자사 USDC를 안전한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탁은행 신청을 서클의 성장 전략이자, USDC의 글로벌 입지를 넓히기 위한 핵심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통 중인 USDC는 620억 달러(약 86조 1,800억 원)를 초과하며, 이는 글로벌 주요 스테이블코인 중 상위권 규모다. 이 같은 대규모 준비자산을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한다면, 서클은 규제 신뢰도와 시장 영향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