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초의 홍콩달러(HKD)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다국적 금융기관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가 블록체인 기업 애니모카브랜즈(Animoca Brands) 및 홍콩 통신사 HKT와 손잡고 합작법인 앵커포인트 파이낸셜(Anchorpoint Financial)을 통해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는 올해 8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규제체계에 따른 첫 움직임으로, 제도적 기반 위에서 디지털 화폐 산업을 키우겠다는 홍콩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 합작기업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감독하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에 공식 신청 의사를 밝히며 법적 경쟁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앞서 세 기업은 지난해부터 HKMA의 ‘스테이블코인 샌드박스’ 테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으며, 법제화가 마무리되는 것을 전제로 올해 2월 사업 출범 계획을 예고한 바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은행 인프라 및 거버넌스 구조를, 애니모카는 블록체인 기술을, HKT는 모바일 결제와 통신 연계를 맡게 된다.
홍콩의 스테이블코인법은 법정통화 연동형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려는 기업에 대해 전면적인 규제 틀을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법에 따라 모든 발행자는 완전한 준비금 보유, 사용자 환매 권리 보장, 리스크 관리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모든 사용자에 대해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프라이버시 보장을 저해하고 비수탁 지갑 사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지 도입보다는 양지 제도를 택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앵커포인트는 크로스보더 결제 및 웹3 도입 브릿지 역할을 지향한다. HKT의 모바일 결제망을 활용해 소매 사용자와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 결제 시스템과의 유기적인 통합 가능성도 기대된다. 현재까지 샌드박스에 참여 중인 주요 경쟁자로는 중국징둥닷컴의 코인링크, 홍콩의 RD 이노텍 등이 있으며, 홍콩 당국은 2026년 초 첫 라이선스 부여를 목표로 기술력, 준비금 운용 역량, 규제 준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라이선스 신청은 블록체인 기술, 금융, 통신이라는 세 산업의 결합을 통해 실명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공공 채택을 이끌어가려는 시도로, 웹3 전환기에서 홍콩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