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의 기금 운용 기관인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arvard Management Company)가 블랙록($BLK)의 비트코인(BTC) 상장지수펀드(ETF)에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532억 달러(약 73조 9,480억 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대학 기금을 운용 중인 이 기관이 비트코인 노출 확대에 나서면서,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간 경계가 더욱 옅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하버드는 6월 30일 기준으로 블랙록의 iShares 비트코인 ETF 약 190만 주를 보유 중이다. 해당 주식의 평가는 1억 1,600만 달러(약 1,612억 원)에 달하며, 그 규모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부킹홀딩스($BKNG), 메타($META)에 이어 기금 내 다섯 번째로 큰 투자 포트폴리오다.
하버드대 기금은 2024년 6월 기준 미국 대학 중 가장 큰 규모로, 예일대,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카플란(Robert Kaplan) 교수는 기존 영상에서 “이 기금은 시장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며,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비트코인 ETF 보유가 이루어진 배경을 암시한 바 있다.
하버드는 오래전부터 디지털 자산에 관심을 보여왔다. 공식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는 이미 2018년부터 암호화폐 펀드 투자 여부를 검토해 왔으며, 2025년 기준 기술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도 암호화폐 ETF에 점차 노출을 확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조지아주의 에모리대학교는 2024년, 주요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 ETF 보유 사실을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에모리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미니 트러스트 주식 270만 주를 구매하며 약 1,500만 달러(약 208억 원)어치의 비트코인 ETF에 직접 투자에 나섰다.
하버드의 이번 투자도 결국 SEC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이라는 결정적 전환점으로부터 비롯됐다. SEC는 올해 1월, 블랙록을 포함한 총 11개 비트코인 ETF의 상장을 전격 승인했으며, 그 결과 블랙록의 해당 ETF는 7월 현재 순자산 기준 860억 달러(약 11조 9,540억 원)를 넘어서며 괄목할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상징성 있는 기관들이 속속 ETF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에 가세하면서, 전통 금융의 자산 구성 방식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버드의 행보는 다른 대학 및 기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