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ETF 토큰화 본격 추진…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융합 신호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K)이 상장지수펀드(ETF) 토큰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BTC) 현물 ETF의 뛰어난 성과에 힘입은 후속 전략으로, 향후 전통 자산 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블랙록은 실물 자산에 기반한 ETF를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는 각국의 규제 장벽을 넘어야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 상용화는 어려울 수 있다. 블랙록은 이미 이더리움(ETH), 아발란체(AVAX), 앱토스(APT), 폴리곤(MATIC) 등 다양한 블록체인에서 운용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인 '블랙록 USD 인스티튜셔널 디지털 유동성 펀드(BUIDL)'를 운영 중이다. 해당 펀드는 현재 약 22억 달러(약 3조 58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ETF 종류는 상장 주식 수를 넘어설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보편화된 ETF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면 기존의 시장 시간을 넘어 유동성을 확보하고, 탈중앙 금융(DeFi)에서 담보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기대된다.

JP모건은 머니마켓펀드 산업의 토큰화를 “산업의 중대한 도약”이라 평가하면서, 골드만삭스($GS), 뱅크오브뉴욕멜론(BNY Mellon)과 함께한 공동 프로젝트에 블랙록이 합류할 것이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BNY 고객들이 머니마켓펀드의 지분을 골드만삭스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직접 등록하여 보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한편, 홍콩을 둘러싼 중국 당국의 조치가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새로운 규제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현지 매체 차이신(Caixin)에 따르면, 홍콩 내에 진출한 중국 국유 기업 및 인터넷 대기업, 금융 기관들은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이나 암호화폐 관련 활동에서 철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홍콩 정부가 8월 1일부터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시행한 데 따른 것으로, 해당 규제에는 최대 6개월의 유예기간이 포함됐다. 현재까지 77개 기관이 라이선스 취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본토 기업들—특히 국영은행 지점이나 국유 금융사 지사—들은 신청마저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HSBC와 세계 최대 자산 보유 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홍콩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를 신청할 계획이지만, 규제 기조 변화에 따라 이들 역시 진입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책 방향이 확인될 때까지 일부 기업은 신청 자체를 보류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는 한편 홍콩 금융당국(HKMA)이 암호화폐 보유 은행들을 위한 자본 요건 완화책을 검토 중인 점은 또 다른 변수다. 관계자에 따르면 HKMA는 암호화폐 보유 은행의 자본 건전성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하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와 토큰화 같은 흐름이 맞물리면서, 암호화폐 산업은 본격적인 체제 전환기를 맞고 있다. 토큰화를 둘러싼 미국 대형 금융사들의 움직임과 달리, 중국권 기업들은 규제 회귀 조짐 속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어 양자 간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