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가 차세대 웹 환경을 위한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자체 스테이블코인 ‘넷달러(NET Dollar)’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 달러로 1:1 담보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설계된 넷달러는 인간 중심의 인터넷에서 AI 에이전트 중심 환경으로 진화하는 '에이전틱 웹(Agentic Web)'에 최적화된 결제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마치 사람들이 직접 온라인에서 항공편을 예약하고 일정을 조정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가 이를 대신 처리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클라우드플레어는 기술뿐 아니라 금융 인프라도 이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매튜 프린스(Matthew Prince)는 “인터넷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 수익과 은행 간 결제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마이크로페이먼트와 실시간 소액결제로 전환될 것"이라며 넷달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터넷 경제 생태계를 제시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이미 전 세계에 걸쳐 구축한 자사의 안전하고 빠른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초당 수만 건 수준의 글로벌 결제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여기에 백엔드 정산 속도와 보안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넷달러를 더해, 에이전틱 웹의 즉시성, 신뢰성, 자동화 요구를 충족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회사 측은 넷달러가 도입되면 AI 개인 비서가 항공권 가격을 실시간으로 탐색한 뒤 자동 결제하거나, 기업용 에이전트가 납품이 완료되는 즉시 거래를 마무리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고 예시했다. 개발자들 역시 API 호출에 대해 자동으로 과금하거나 단일 기능에 대해 소액 과금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 모델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번 발표는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AI 시대의 거래 구조와 창작 보상 메커니즘 전반을 아우르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비전 실현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존 암호화폐 시장 밖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대중화 경험이 부족하고, 관련 규제 또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넷달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렸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오랜 기간 인터넷 보안과 성능 최적화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기술 생태계의 핵심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번 넷달러 출시를 통해 이제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 인프라 시장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셈이다. 인터넷이 점점 더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정교한 금융 시스템을 선점하려는 이 시도는 향후 업계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