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보유자를 노린 물리적 강탈 사건이 2026년 상반기 52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3% 늘었다. 유럽에 사건이 집중된 가운데 프랑스에서만 33건이 확인됐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서틱(CertiK)은 2026년 상반기 보고서에서 폭력이나 협박으로 피해자에게 지갑 비밀번호·개인키 공개 또는 자산 이전을 강요하는 '렌치 공격'이 전 세계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확인된 사건만 집계한 수치여서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지역별로는 유럽에서 39건이 확인됐다. 프랑스는 지난해 상반기 10건에서 올해 33건으로 증가해 가장 많은 사건이 발생한 국가로 집계됐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2026년 6월 말까지 확인된 폭력적 자산 강탈 시도 46건 중 실제 지급으로 이어진 사례가 12건이라고 밝혔다. 성공률은 26%로, 2025년 49%와 2024년 67%보다 낮아졌다.
공격 방식에서는 주거 침입과 납치가 모두 늘었다. 주거 침입은 지난해 상반기 1건에서 올해 20건으로, 납치는 12건에서 16건으로 증가했다.
프랑스 내무부가 집계한 가상자산 관련 물리적 사건은 올해 상반기 77건이었다. 이 수치는 렌치 공격 데이터베이스보다 많지만, 집계 범위와 분류 기준이 같지는 않다.
◇ 가격보다 먼저 새어 나가는 정보
공격의 출발점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개인정보 유출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서틱은 공격자들이 유출 데이터베이스, 세무·규제 기록, 거래소 고객정보, 공개 지갑 활동, 부동산 기록과 전화번호를 조합해 표적 정보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체이널리시스는 프랑스에서 가상자산 투자자의 이름·주소·보유액·전화번호·세금 기록이 포함된 자료가 범죄 네트워크에 넘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사이버보안 지원기관은 정보 유출 뒤 가짜 수사기관을 사칭한 전화나 방문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BTC) 가격과 공격 건수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Gart의 공격 데이터베이스는 두 지표 사이에 시차를 둔 상관관계를 제시한다. 가격 상승으로 보유 자산의 가치가 커지면 범죄자의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확정적인 전망으로 볼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보안은 온라인 지갑을 보호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보유 정보와 개인 신원의 연결을 줄이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고액 보유자를 겨냥한 물리적 강탈 위험도 같은 맥락에서 논의돼 왔다.
◇ 보유자가 줄일 수 있는 위험
서틱은 지갑 주소와 포트폴리오 화면, 거주지와 여행 일정,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첫 단계라고 제안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지갑에는 소액만 두고 장기 보유분은 즉시 이동하기 어려운 별도 보관 체계로 분리하는 방식도 권고했다.
하드웨어 지갑과 시드 문구는 서로 다른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대규모 자산에는 멀티시그나 MPC처럼 한 사람이 단독으로 자산을 이동할 수 없는 구조를 적용하고, 출금 지연·한도·허용 목록을 설정하면 강압 상황에서 전액이 즉시 빠져나가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가족 단위 대응도 필요하다. 비상 암호와 신뢰할 수 있는 연락처, 정기적인 안부 확인 절차를 정하고 인터폰·카메라·경보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실제 위협이 발생하면 자산보다 신변 안전과 경찰 신고가 우선이다. 공개 데이터는 공격 증가와 프랑스 집중 현상을 보여주지만 국가별 집계 기준과 신고율이 서로 다른 만큼, 수치를 전 세계 실제 피해 규모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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