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암호화폐 해킹 피해 21억 달러…성과급형 사이버전 본격화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암호화폐 산업은 역대 최악의 해킹 피해를 기록하며 큰 충격을 안겼다. 블록체인 정보보안 업체 TRM 랩스(TRM Labs)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암호화폐 해킹으로 인한 피해액은 총 21억 달러(약 2조 9,19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15억 달러(약 2조 850억 원)의 손실이 단일 사건에서 발생했다. 2월 두바이에 본사를 둔 대형 거래소 바이비트(Bybit)가 당한 해킹이 바로 그것으로, 암호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해킹 사건이었다. TRM 랩스는 이 공격의 배후가 북한 정권과 연계된 해커 그룹이라고 지목했다. 전체 해킹 피해액 중 약 70%가 해당 사건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1건당 평균 피해액 또한 전년 대비 2배로 증가한 3,000만 달러(약 417억 원)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총 75건의 주요 해킹 및 취약점 악용 사례가 발생했다. 1월, 4월, 5월엔 각각 1억 달러(약 1,390억 원)를 초과하는 사건이 적발되며 대형 해킹 사고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자산 해킹의 주요 유형은 민감 정보 유출이나 프론트엔드 침해같은 인프라 보안 취약점 공격으로, 전체 피해액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공격은 대부분 사회공학 기법이나 내부자 유출로 인해 확대됐다.

이 밖에 프로토콜 자체의 결함을 악용한 플래시 론 공격 및 스마트 계약 취약점 사례도 여전했다. 특히 디파이(DeFi) 분야에서 플래시 론을 활용한 해킹이 전체 피해의 약 12%를 차지하며 고질적인 보안 문제로 지목됐다.

TRM 랩스는 북한과 관련된 해킹 조직이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16억 달러(약 2조 2,240억 원)를 탈취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자금은 유엔 제재를 우회하고 북한의 전략 무기 프로그램, 특히 핵 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편, 2025년 상반기에는 암호화폐 해킹이 단순한 범죄를 넘어 국제 분쟁의 수단으로 사용된 사례도 있었다. 친이스라엘 공격 그룹인 ‘곤제쉬크 다란데(Gonjeshke Darande)’는 이란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노비텍스(Nobitex)를 해킹해 9,000만 달러(약 1,251억 원) 이상의 자금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이 그룹은 해당 공격이 이란의 제재 회피 및 불법 자금 지원을 방해하려는 목적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히 탈취한 자산을 개인 키 없이 만들 수 없는 반영구적 무효 주소로 전송함으로써 금전적 이득보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났다.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사이버전이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2025년 상반기 기록은 사이버 보안이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사안임을 다시금 환기시켰다. TRM 랩스는 암호화폐 생태계가 내부 통제와 기술적 보안을 강화하지 않는 한, 향후 더 치명적인 공격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