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암호화폐 시장과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입법을 일괄 처리하며 본격적인 규제 체계 정비에 나섰다. 유권자들의 민감한 관심을 받고 있는 CBDC 감시 사회에 반대하는 법안도 포함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세력의 주도권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세 건의 암호화폐 관련 주요 법안을 각각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먼저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를 확립하는 내용의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법(CLARITY Act)은 294대 134로 가결됐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정책 기틀을 다지는 GENIUS 법안(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은 308대 122로 통과됐으며, CBDC에 기반한 감시 국가를 방지하자는 명분의 ‘안티-CBDC 감시장치 국가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은 219대 210으로 근소한 차이로 승인됐다.
해당 표결에서 민주당 80명이 CLARITY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GENIUS 법안에는 10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이 찬성하는 등 예상보다 양당 협조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법안들은 8월 의회 휴회 이전의 처리 일정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과는 공화당 내 강경 우파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CBDC 반대 목소리가 현실 입법에 반영된 사례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CBDC를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나는 대통령으로서 절대 CBDC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미국 내 디지털 금융 규제 논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욱 정치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우호적인 규제 틀이 마련되며 블록체인 산업계는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CBDC에 대한 극명한 반대 기조는 향후 통화정책과 금융 인프라 전략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