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가족이 지원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며 코인 보유 구조를 상장사 형태로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월드리버티가 약 15억 달러(약 2조 850억 원)의 자금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투자자들과 빠르게 접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비트코인(BTC) 중심의 상장사 재무전략을 모방하려는 것이다. 월드리버티는 현재 나스닥에 이미 상장된 이른바 ‘껍데기 회사’를 인수해, 해당 법인을 이용해 자사 토큰 'WLFI' 보유를 위한 상장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투자자들에게 배포된 자료에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가 ‘스트래티지(Strategy)’로 사명을 바꾼 후 추진한 방식과 유사하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가 이끄는 스트래티지는 지난 2020년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인 이후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변신한 바 있다. 현재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는 약 520만 개에 달하며, 기업 가치는 1,130억 달러(약 157조 700억 원)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공 모델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저가 호텔 체인부터 이더리움(ETH), 라이트코인(LTC), 수이(SUI) 등의 알트코인을 보유한 신생 재무회사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상장사를 통해 암호화폐 자산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상장사들의 총 모금액은 2025년 현재 기준 약 790억 달러(약 109조 8,100억 원)에 달한다는 집계도 나왔다.
월드리버티는 앞서 지난해 출범했으며, 현재는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USD1을 제공하고 있다. 공식 웹사이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예 공동 설립자'로 소개돼 있다. 이 회사는 암호화폐 대출 앱 출시를 예고하며 시장 진입을 시도 중이다.
또 다른 트럼프 일가와 연결된 기업인 트럼프미디어(Trump Media) 역시 올해 초 자체 재무부를 통해 비트코인을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 규모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트럼프 가족이 주도하거나 지원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점차 본격적인 금융 행보에 나서면서, 그 정치적·경제적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