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해킹범, 자산가치 두 배 불려…북한 연계 조직 개입 의혹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 중 가장 주목받는 사례 중 하나인 라디언트 캐피털(Radiant Capital) 공격자는 이후 암호자산 급등세를 타고 범행으로 얻은 이더리움(ETH) 자산가치를 거의 두 배 가까이 불렸다. 이번 사건은 자금세탁 수법의 정교함뿐 아니라, 소셜 엔지니어링 기법을 이용한 해킹 방식에서도 큰 주의를 받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룩온체인(LookOnChain)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당 공격자가 지난해 10월 탈취한 21,957 ETH 가운데 9,631 ETH를 매도해 약 4,394만 달러(약 609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남은 12,326 ETH 역시 약 5,860만 달러(약 811억 원)로 평가되면서, 현재 보유분 전체 가치는 약 1억 2554만 달러(약 1,745억 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도 이는 당시 ETH 가격 기준 탈취 자산의 약 2배에 달한다.

이번 수익 증대의 핵심 원인은 ETH 가격 상승이다. 사건 발생 당시 2,500달러 수준이던 ETH는 최근 4,700달러를 돌파하며 수 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수개월간의 상승장을 타고 ETH는 물론 주요 알트코인의 가치가 동반 상승한 결과다.

사건의 배경은 소셜 엔지니어링 공격이었다. 라디언트 캐피털은 해킹 직후 발표한 부검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법 집행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자세한 공격 경위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웹3 보안기업인 만디언트(Mandiant), 제로섀도우(zeroShadow), 하이퍼네이티브(Hypernative), SEAL 911 등이 참여한 조사에서는 북한 연계 조직이 이번 공격을 주도했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이용해 신뢰받던 전직 컨트랙터를 가장하고, 스마트 계약 보안 감사 보고서로 위장한 악성 파일을 전달했다. 여기엔 'INLETDRIFT'라는 맥OS 백도어 악성코드가 포함돼 있었으며, 이는 프론트엔드 트랜잭션 데이터를 조작해 개발자들이 정상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기술적 침투가 아닌, 사전 설계된 사회공학 기반 공격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입을 모은다. zeroShadow는 해당 조직이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의 자산 이동 방식 등 온체인·오프체인 지표를 근거로 ‘매우 높은 확률’로 북한과 연계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이 하이퍼리퀴드를 활용한 것은 초기 탈취 자금의 이동과는 별개의 피해자 권한 미회수 문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라디언트 캐피털은 이미 올해 1월에도 스마트 컨트랙트 결함으로 약 450만 달러(약 62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바 있어, 이번 사건으로 올해에만 두 차례 공격을 받은 셈이다.

이 사건은 해커의 금전적 이득도 주목받지만, 무엇보다 조직적이고 교묘한 침투기법과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 결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안 커뮤니티는 인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격이 더욱 정교해지는 만큼, 내부 보안 프로토콜의 강화와 지갑 권한 철회 등 기본 수칙 준수가 필수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