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CME 파생상품 시장서 10억 달러 돌파… 역대 최단 기록

XRP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파생상품 시장에서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개시 미결제약정을 가장 빠르게 돌파한 암호화폐로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XRP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와 함께 CME의 ‘10억 달러 클럽’에 합류했다. 이 지표는 기관 유동성의 본격 유입과 가격 형성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구간으로 해석된다.

CME 그룹은 최근 자사 암호화폐 선물 상품 전체의 명목 미결제약정 총액이 300억 달러(약 41조 7,000억 원)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선물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160억 달러(약 22조 2,400억 원)를 기록했고, 이더리움은 105억 달러(약 14조 5,950억 원)로 뒤를 이었다. 솔라나와 XRP는 모두 1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XRP가 이를 가장 짧은 기간 만에 달성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익명의 시장 분석가인 ‘SonOfaRichard’는 XRP가 이토록 빠르게 10억 달러 고지를 점령한 것은 단순한 탐색이 아닌 기관 자금의 본격적인 배분을 의미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유동성 상승은 향후 파생상품 시장을 넘어, ETF 같은 보다 정형화된 금융상품 출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과는 리플의 생태계 확장 속도와도 맞물려 있다. 최근 리플은 제미니와 협력해 XRP 기반 신용카드 출시를 알렸는데, 여기에 자사 스테이블코인 RLUSD도 연계돼 있다. 이는 리플이 제미니의 IPO 추진을 지원한 데 이어, XRP의 실사용 확대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물 시장의 움직임은 파생상품 시장만큼 활기차지는 않다. 현재 XRP는 2.92달러(약 4,059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하루 전 대비 0.8%, 일주일 간 3.1% 하락했다. 특히 지난 30일 동안 거의 10% 가까이 떨어지며, 7월 18일의 사상 최고가 3.65달러(약 5,074원) 대비 20% 가까이 후퇴한 상태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390% 상승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상당량의 차익 실현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주요 거래소로의 대규모 입금이 지속되면서, 단기 매도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술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Duo Nine’은 XRP 가격이 하락 삼각형 패턴을 형성하고 있으며, 3달러(약 4,170원)선을 확실히 탈환하지 못하면 2.7달러(약 3,753원) 지지 구간까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XRP가 CME 시장에서 보여준 신속한 기관 유입은 향후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 안정성과 실사용 확장이 뒤따라야 XRP가 진정한 의미의 장기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