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11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주요 가상화폐 전반이 큰 폭의 하락세로 전환됐다. 최근까지 올랐던 코인 시장이 다시 약세장으로 돌아선 배경에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와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 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8월 25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보다 2.57% 하락한 10만9,713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이달 2일 이후 처음으로 11만 달러선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때 12만4,500달러까지 올랐던 최고치와 비교하면 가격은 약 11%가량 떨어졌다.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등 비트코인을 제외한 이른바 알트코인들의 낙폭은 더 가팔랐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불과 며칠 전 4,900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현재는 8.65% 하락한 4,3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리플 역시 6.15% 하락해 2.84달러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3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솔라나(-8.16%), 도지코인(-10.76%) 역시 급락세를 보였다.
이번 가격 하락은 지난 22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뒤 시장이 잠시 반등했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초기에는 기대감이 작용했지만, 연준 내부의 의견 불일치와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여기에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연간 기준 2.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상하고 있다.
레버리지 청산 역시 가격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차입거래(레버리지 롱 포지션)를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격이 급락하면 자동으로 포지션이 청산돼 추가 매도세가 유입되는 구조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이날 하루 강제 청산된 거래 규모는 약 7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약 6억2,700만 달러가 상승을 예상했던 롱 포지션이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오는 29일 발표될 미국의 PCE 물가지표 결과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 방향성이 재차 결정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당분간 리스크 대응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