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서 암호화폐가 사실상 일상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통화 가치 붕괴와 정부의 지속적인 자본 통제로부터 금융 자산을 보호하려는 시민들이 디지털 자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암호화폐가 개인과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현지에선 바이낸스와 에어팀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비트코인(BTC), 테더(USDT) 같은 암호화폐로 결제를 받는 매장이 늘고 있다. 소규모 가족 점포부터 대형 소매 체인까지 폭넓게 확산되면서, 안정적인 가치를 가진 스테이블코인을 직원 급여로 지급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일부 대학교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 제도권에서도 수용 움직임이 감지된다.
수도 카라카스에 거주하는 시민 빅터 소우사는 테더(USDT)로 휴대폰 액세서리를 결제하며 “지금은 여기저기서 암호화폐를 받는다”며 “언젠가 모든 예금을 암호화폐에 보관할 계획”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현금 보유는 현실적인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2024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지수’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암호화폐 접근률 13위를 기록했다. 특히 1년 새 사용량이 1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과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디지털 자산의 대표적 활용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암호화폐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 경제에서는 오히려 대체 통화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라틴아메리카 지역 전체에서 암호화폐 기반 금융 시스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