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CME 그룹이 2026년부터 암호화폐 선물과 옵션 상품의 24시간 7일(24/7) 거래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제 승인을 조건으로 한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CME는 미국 내 최초로 365일 연중무휴로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를 지원하는 규제 거래소가 된다.

CME 측은 이번 결정이 거래자들의 위험 관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맥코트(Tim McCourt) CME 글로벌 주식·FX·대체상품 부문장은 “모든 자산이 24시간 운영에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암호화폐는 예외다. 고객들이 주말에도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도록 끊김 없는 거래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런칭은 2026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CME가 제공하는 기존 암호화폐 선물 및 옵션 상품에 모두 적용된다. 거래는 CME의 전자 플랫폼 ‘글로벡스(Globex)’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주말에는 2시간의 점검 시간이 제외된다. 청산과 결제, 규제 보고는 기존 방식 그대로 이행된다.

이와 관련해 노바디우스 자산운용(NovaDius Wealth Management) 네이트 제라시(Nate Geraci) 대표는 “정통 금융권이 디파이(DeFi)의 트레이딩 문화를 수용해가는 신호”라며 이번 발표를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SEC와 CFTC가 공동 개최한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던 CME 최고경영자 테런스 더피(Terrence Duffy)도 “24/7 거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은 그 가능성을 가장 뚜렷이 보여주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전통 금융권 내 다른 주요 거래소들도 비슷한 방향을 고려 중이다.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제프 스프레처(Jeff Sprecher) CEO는 "어떤 자산이 연중무휴 거래에 적합한지는 시장이 결정할 일"이라며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스닥(Nasdaq)의 아데나 프리드먼(Adena Friedman) CEO는 현재 주식 시장의 24/5 운영을 준비중이지만, 여전히 기술적·운영상 난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 증가도 이 같은 결정에 힘을 실었다. CME의 암호화폐 파생상품은 현재 기록적인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총 명목 미결제약정 금액은 390억 달러(약 54조 2,100억 원)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95% 증가한 하루 평균 미결제약정은 33만 5,200건, 하루 평균 거래량도 230% 늘어난 41만 1,000건에 달했다. 이를 통해 하루 이상 계약을 보유 중인 ‘대형 미결제 보유자’(Large Open Interest Holders)는 총 1,010명을 넘어섰다.

비규제 해외 거래소들이 이미 24시간 거래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ME의 이번 행보는 제도권 내 신뢰성과 투명성, 안정성을 원하는 기관 투자자들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규제 승인 여부에 따라 글로벌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경쟁 구도 역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