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가격이 최근 급격히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10월 초부터 대형 보유자(일명 '고래')들이 바이낸스 거래소로 XRP를 대량으로 이체하면서 가격이 20%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XRP 시장은 이들 고래의 매도 움직임으로 인해 단기간 내 극심한 매도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XRP의 대량 입금 흐름은 10일에서 12일 사이에 정점을 찍었다. 이 기간 동안 XRP 가격은 약 3.10달러에서 2.40달러(약 4,309원 → 3,336원)로 하락했다. 시장 기술 분석가 아랍 체인은 이러한 경향에 대해 "이체량 급증은 대규모 매도 준비를 의미하며, 특히 가격이 동반 하락할 경우 이익 실현이나 리스크 회피를 위한 고래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9월 한 달간 입출금이 거의 없었던 안정된 흐름과는 대조된다. 아랍 체인에 따르면, 각 파동별로 관측된 고래 입금은 매번 가격 하락과 일치했으며, 이는 고래 활동이 직접적인 시장 영향을 미쳤다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후 11일을 기점으로 입금량이 크게 줄어들며 2.60달러(약 3,614원) 선에서 가격이 다소 회복되어, 일부 청산세력 이탈과 함께 시장 안정의 신호가 포착됐다.

시장 참여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정황일 뿐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로도 입증됐다. 시장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는 10일부터 14일까지 불과 나흘 사이 고래들이 총 22억 3,000만 개의 XRP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 기준으로 약 55억 달러(약 7조 6,450억 원)에 달하며, 이로 인해 고래들이 XRP 유통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줄어들었다.

통상적으로 이처럼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는 가운데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편, 코인게코에 따르면 XRP는 14일 기준 하루 동안 3% 반등하며 2.52달러(약 3,503원)를 회복했지만, 최근 일주일간 11.1%, 한 달 기준으로는 17% 하락한 상태다. 이는 13일 약 19억 달러(약 2조 6,410억 원) 규모의 크립토 전반 청산 사태 이후 저점인 1.00달러에서 160% 회복된 상황에서 발생한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모든 분석가들이 이 흐름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분석가 EGRAG CRYPTO는 일부 거래소, 특히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서 제공되는 가격 정보가 과도하게 왜곡돼 XRP의 실제 변동성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자체 집계한 'Crypto Data Set'을 기준으로 장기 분석에 나설 예정이며, XRP의 장기 기준 가격을 1.40달러(약 1,946원), 단기 저항선은 2.65달러(약 3,684원)로 제시했다.

XRP는 여전히 대규모 투자자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는 종목 중 하나로, 시장의 갑작스런 반응에 취약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향후 고래들의 포지션 변경 여부와 거래소 간 가격 동향의 일치성이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