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발생한 암호화폐 폭락 사태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론과 시장 데이터에서 약 190억 달러(약 26조 4,1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도됐지만, 실제 트레이더 손실은 이보다 훨씬 적은 23억 1,000만 달러(약 3조 2,110억 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분석을 제시한 업체는 온체인 데이터 전문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다. 크립토퀀트 소속 애널리스트 카르멜로 알레만(Carmelo Alemán)은 당시 보도된 손실액이 실제 자금 손해가 아니라 청산된 레버리지 포지션의 ‘명목 가치’라고 지적했다. 즉, 거래소가 강제 청산한 총 포지션 규모는 190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는 트레이더가 실제로 잃은 금액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알레만은 “레버리지는 손익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가격이 유리하게 변동하면 수익도 커지지만, 반대로 불리하게 흘러갈 경우 손실 위험이 급증한다”며 “190억 달러는 트레이더가 보유한 자금이 아닌 레버리지 포지션의 총계”라고 강조했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에서는 롱 포지션에서 약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4,595억 원), 숏 포지션에서 1억 3,360만 달러(약 1,856억 원)의 손실이 있었으며, 이더리움(ETH)에서는 각각 8억 9,500만 달러(약 1조 2,455억 원)와 2억 2,970만 달러(약 3,191억 원)의 롱·숏 청산이 발생했다. 이들을 합산하면 총 손실은 23억 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2021년 4월의 30억 9,000만 달러(약 4조 2,951억 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장의 초기 반응은 패닉에 가까웠다. 비트코인 가격이 일부 거래소에서 12만 2,000달러(약 1억 6,958만 원)에서 10만 1,000달러(약 1억 4,039만 원)까지 급락하며, 1,600만 명 이상의 트레이더가 청산을 경험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촉매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며 충격은 더욱 증폭됐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을 ‘건강한 리셋’으로 바라보고 있다. 익명의 트레이더 닥터 프로핏(Doctor Profit)은 “이번 청산은 과도한 레버리지 누적을 정리한 훌륭한 시장 정화 작용”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도 이 같은 시각에 동의하며, “과도한 투기 포지션이 사라지며 시장 심리는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선물 펀딩 비율과 관련 지표들이 2022년 약세장 당시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파생시장 내 자금은 다소 줄었지만, 현물 비트코인 ETF와 같은 구조적 자본 유입은 여전해 시장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 극단적 강세 쏠림은 잦아들었고, 시장은 방향성을 모색하며 점진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분석은 극단적인 숫자에 의존한 보도와 달리 온체인 실체 데이터에 기반한 냉정한 시각을 제공하며, 과도한 공포감 조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