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9만 5,000달러(약 1억 2,477만 원) 아래로 급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번 급락으로 단 하루에만 6억 7,600만 달러(약 8,884억 원)가 비트코인 선물 포지션에서 청산됐다.
지난 11일 10만 7,482달러(약 1억 4,112만 원)까지 거래된 비트코인은 4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며 14일에는 9만 4,455달러(약 1억 2,412만 원)까지 밀렸다. 이는 올해 최고점인 10월 초 12만 6,251달러(약 1억 6,577만 원) 대비 약 25% 하락한 수치다.
시장의 공포 심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듯 테더(Tether) 최고경영자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비트코인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짧은 글을 게재했다. 이 표현은 대대적인 할인 행사일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인용한 것으로, 이날 비트코인이 ‘급매’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풍자한 것이다.
이번 급락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전방위적인 투자 심리 악화를 반영한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서 총 13억 8,000만 달러(약 1조 8,144억 원)의 청산이 발생했으며, 이 중 비트코인이 약 절반을 차지했다. 단일 청산 중 최대 규모는 HTX 거래소에서 발생한 4,400만 달러(약 578억 원) 상당의 롱 포지션이었다.
이번 매도세의 배경에는 중국의 경기 둔화 징후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든 점이 복합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영향은 주식 시장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에도 동시 충격을 줬다.
시장에서는 테더(USDT)의 점유율 증가에도 주목하고 있다. 테더의 시장 지배력은 현재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인데, 일반적으로 이는 ‘약세장’에서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으로 이동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주기영 대표는 “비트코인이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최근 6~12개월 사이 비트코인을 매수한 이들의 평균 단가가 약 9만 4,000달러 수준이므로, 이 가격이 뚫리지 않는 한 하락장 확정은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2024년 말 기준으로 9만 3,714달러(약 1억 2,306만 원)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와 같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연초 이후 쌓은 상승 폭 대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체 시장에서 27만 8,000명 이상의 트레이더들이 이번 하락장에서 청산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크립토 시장이 단기간 내 회복세로 전환할 수 있을지, 혹은 더 깊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할지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