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범 첫 주에 1,550만 달러(약 207억 원) 규모의 기관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자금 흐름이 한순간에 반전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ETF 출범이 ‘재료 소진에 따른 매도’ 흐름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디지털자산 투자사 코인셰어스(CoinShares)가 11월 ETF 출시 주간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XRP 관련 투자상품에서 1,550만 달러가 빠져나가며 지난 1년간의 유입 추세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리플이 미국 증권당국과의 소송에서 부분 승소한 이후 이어진 기관 자금 유입 분위기와 뚜렷하게 대조된다.

XRP ETF인 ‘XRPC’는 지난 11월 13일 정식 거래를 시작했다. 상장 첫날 신규 자금 유입은 없었지만, 다음날에는 현금 및 현물 기반 자금이 총 2억 4,300만 달러(약 3,243억 원) 유입되며 일간 거래량은 5,800만 달러(약 774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출시된 900개 이상의 ETF 중 가장 높은 초일 거래량으로, 직전 화제를 모았던 솔라나(SOL) 현물 ETF의 출시 거래량(5,700만 달러)을 웃도는 규모였다.

하지만 이같은 초기 반응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빠르게 약세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ETF 출범이 기대감의 정점을 찍고, 실제 매수보다 차익 실현 매도세를 유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팔고 보자(sell the news)’ 전략이 ETF 출범 전후에 반복돼왔다는 것이다.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XRP 투자상품은 지난 1년간 약 20억 달러(약 2조 6,700억 원)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가격은 0.50달러에서 3.50달러로 7배 상승했다. 이는 ETF 출범이 지닌 상징성과 잠재력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ETF 상장 주간에는 전체 디지털자산 ETP 시장에서도 약 20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광범위한 자산청산 흐름이 포착됐다. 비트코인(BTC)은 13억 8,000만 달러(약 1조 8,404억 원), 이더리움(ETH)은 6억 8,900만 달러(약 9,179억 원)가 유출됐으며, XRP 역시 이 같은 매도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업계는 이번 동향을 ‘단기 실망 매물’로 해석하면서도, 당장의 유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ETF 출범만으로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고, 매크로 환경이나 전략적 배분 요인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 시장 전반의 자금 흐름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XRP ETF에서도 추가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금리 정책 불확실성과 고래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유동성 회수는 전반적인 시장위축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