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와 전통 자산 시장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물가 상승 둔화가 확인되면서 미 연준(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목요일 발표된 노동통계국(BLS)의 CPI에 따르면 11월 전체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를 기록하며 최근 수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같은 기간 2.6% 상승해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는 물가 상승 압력이 시장 전반에 완화 기대감을 불러온 셈이다.

암호화폐 시장, 비트코인 중심으로 즉각 반등

암호화폐 시장은 CPI 발표 직후 민감하게 반응했다. 비트코인(BTC)은 단숨에 최근 거래 범위의 상단으로 치솟으며 금요일에는 88,000달러(약 1억 3,016만 원)를 돌파했다. 이더리움(ETH)을 비롯한 주요 코인도 상승세를 보였고, 24시간 기준 전체 시장 시가총액은 2% 가까이 증가했다.

파생상품 시장 역시 출렁였다.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무더기 청산되며 약 3억 7,000만 달러(약 5,472억 원) 규모의 롱 포지션, 2억 900만 달러(약 3,094억 원) 규모의 숏 포지션이 정리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 동결 또는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포지션을 급히 조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CPI 수치 왜곡 가능성…‘숙성된 데이터’가 중요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가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해석됐을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베이시 레터는 “10월 CPI 발표가 정부 셧다운으로 누락됐고, 이로 인해 BLS는 11월 주거비 상승률을 0%로 가정하는 등 특정 수치를 추정 기반으로 산출했다”며 “헤드라인 수치가 왜곡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서 2% 이내에 진입했지만, 일각에선 후속 CPI 결과가 나와야 진정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됐을 뿐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여전히 가격 압박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 정책 전망과 2026년 이슈가 복합 변수

이번 CPI 수치는 연준의 내년 금리 방향성뿐 아니라, 2026년 미국 정치ㆍ경제 지형에도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시장에서는 2026년 새 연준 의장의 취임 가능성과 함께 재정 확대 정책이 재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변수들은 향후 미 자산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에 복합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점화된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지속되려면 다음 CPI 발표에서도 일관된 둔화 신호가 재확인돼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자는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반응 간의 간극에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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