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문

FTX 붕괴 사태의 핵심 인물인 캐롤라인 엘리슨, 게리 왕, 니샤드 싱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각각 8~10년간 기업 경영진에 오를 수 없다는 제재를 받았다. 투자자 자금을 무단 전용한 혐의에 대한 민사적 책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셈이다.

SEC, '임원 및 이사 자격 금지' 최종 확정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요일 발표에서 FTX 및 알라메다 리서치 전 고위 인사 3인에게 ‘오피서 및 디렉터 금지’에 대한 최종 판결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라메다 리서치 전 CEO 캐롤라인 엘리슨은 향후 10년간, FTX 공동창업자 게리 왕과 전 엔지니어링 책임자 니샤드 싱은 각각 8년간 기업의 경영진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들은 SEC와의 합의에 따라 해당 제재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앞으로 5년간은 행위 관련 금지 조항도 병행 적용된다. SEC는 “샘 뱅크먼-프리드와 함께 이들이 FTX 고객 자금을 내부 거래 회사인 알라메다에 무제한 대출 형태로 제공하고, 이를 가능한 구조를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무제한 대출, 고객 자금 코드 조작 인정

SEC 고발에 따르면, 게리 왕과 니샤드 싱은 FTX 거래소 내에서 고객 자금을 알라메다로 몰래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코드를 개발했다. 이러한 시스템적 장치는 리스크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알라메다가 고객 자금을 사실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졌다.

캐롤라인 엘리슨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알라메다의 트레이딩 자금 조달에 고객 자금을 사용한 혐의를 인정했다. 이번 제재는 이들의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민사와 행정 책임을 묻는 조치다.

샘 뱅크먼-프리드 25년형, 엘리슨은 감형 가능

FTX 전 CEO 샘 뱅크먼-프리드는 투자자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반면 엘리슨, 왕, 싱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검찰에 협조하고, 재판 과정에서 뱅크먼-프리드를 상대로 핵심 증언을 제공했다.

엘리슨은 유죄 협상에 따라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2025년 2월 20일 출소가 예정돼 있다. 이는 형량보다 약 9개월 이른 것으로, 미국 교정 당국의 모범수 감형 제도가 적용된 결과로 보인다.

게리 왕과 니샤드 싱은 2024년 각각 ‘구속 기간만으로 형량 대체(Time Served)’ 판결을 받고 이미 형 집행을 마쳤다.

FTX 사태, 암호화폐 시장 규제 중요성 부각

이번 판결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투명성을 위한 미국 당국의 강경한 태도를 보여준다. SEC는 “해당 인물들의 위법 행위는 수백만 명의 FTX 사용자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로, 향후에도 유사 사례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몰락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공백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히며, 이번 제재는 그 공백 해소를 위한 의미 있는 선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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