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일 때 알트코인이 줄줄이 급등하던 과거의 ‘알트시즌’이 구조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마켓메이커 DWF Labs의 매니징 파트너 안드레이 그래체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알트시즌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며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ETF 시대, 자금 흐름이 달라졌다
그래체프가 제시한 핵심 이유는 자금 흐름의 변화다. 과거 사이클에서는 비트코인이 상승한 뒤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하며 그 자금이 중소형 알트코인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시장 전반의 알트코인이 동시에 상승하는 ‘알트 불장’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규제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중소형 알트코인을 직접 매수하기보다 ETF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비트코인 상승 이후 자금이 시장 전체 알트코인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코인마켓캡의 90일 기준 알트코인 시즌 인덱스 차트를 보면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지수는 약 45 수준으로, 알트시즌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75를 크게 밑도는 상태다. 차트에 나타난 알트코인 전체 시가총액 역시 지난해 말 약 1조3000억달러대에서 이후 하락하며 최근에는 1조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즉 시장이 완전히 붕괴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알트코인 전반이 강하게 동반 상승하는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알트시즌’ 대신 섹터 로테이션
그래체프는 앞으로의 시장이 과거처럼 전체 알트코인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보다는 특정 분야가 빠르게 주목받는 ‘섹터 로테이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예를 들어 AI 관련 토큰이 단기간 강하게 상승한 뒤, 이후에는 RWA(실물자산 토큰화) 프로젝트나 레이어2(L2) 네트워크로 관심이 이동하는 식이다. 이런 흐름은 상승 기간이 짧고 가격 변동이 큰 특징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암호화폐 프로젝트 수는 크게 늘었지만, 실제로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프로젝트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그래체프는 “토크노믹스만으로 가격을 유지하던 시대는 끝났고, 실제 제품과 사용자 기반이 없는 프로젝트는 이번 사이클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받는 섹터는 RWA와 인프라
그는 이번 시장 사이클에서 특히 두 가지 분야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첫 번째는 RWA(Real World Assets) 분야다. 채권이나 프라이빗 크레딧 등 전통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 형태로 거래하는 프로젝트는 기관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실제 수익 구조도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블록체인 인프라 분야다. 레이어2 네트워크나 데이터·지갑 인프라처럼 실제 사용자와 트랜잭션을 늘릴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에어드롭 구조나 토큰 배분 방식 등 토큰 설계만 강조하는 프로젝트는 이번 사이클에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트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다만 모든 분석가가 알트시즌의 종말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술 분석가들은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한 뒤 횡보 구간에 들어가면 오히려 강한 알트코인 랠리가 나타났던 과거 사례를 근거로,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술 분석가 미카엘 반 데 포페는 일부 주요 알트코인에서 하락 다이버전스가 완화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추세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알트코인 시즌 인덱스 역시 과거 여러 차례 낮은 수준에서 급격히 상승한 사례가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른 로테이션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 전략도 달라질 가능성
이 같은 논쟁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과거에는 다양한 알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높은 수익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특정 섹터와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ETF 도입과 기관 자금 유입, 프로젝트 수 증가 등으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가 점차 성숙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이번 사이클에서 투자자들이 마주한 질문은 하나다. 과거처럼 모든 알트코인이 동시에 상승하는 시장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변화한 시장 구조에 맞게 투자 전략을 새롭게 세울 것인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