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카드($MA)가 최대 18억달러(약 2조4430억원)를 들여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BVNK 인수를 완료했다. 법정화폐와 디지털 자산을 잇는 결제망을 확보해 기업 간 결제와 정산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마스터카드는 2026년 3월 BVNK를 최대 1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거래액에는 조건부 지급액 3억달러(약 4071억원)가 포함됐다. 마스터카드는 BVNK의 온체인 결제 인프라와 기존 결제망을 결합해 법정화폐·스테이블코인·토큰화 예금 사이의 상호운용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인수 절차는 8월 3일 마무리됐다. BVNK는 기업과 기관이 법정화폐와 디지털 자산을 보유·이동·관리·환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를 제공하며, 마스터카드는 이를 국경 간 B2B 결제·송금·지급·정산과 재무관리 영역에 활용할 계획이다.
◇ 일상 결제보다 기업 간 거래에 초점
마스터카드는 7월 30일 실적발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일부 B2B·P2P 결제에 효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과 가맹점 간 결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으며, 대규모 확산을 위해 안정성·보안성·상호운용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구상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하는 방식보다 카드 거래 후단의 정산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가깝다. 마스터카드는 유에스디코인(USDC), PYUSD, USDG, USDP, RLUSD, SoFiUSD 등 규제 대상 스테이블코인과 아비트럼, 베이스, 이더리움, 폴리곤, 솔라나 등 여러 블록체인에서 정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파이($SOFI)와 마스터카드는 9월 22일 SoFiUSD를 활용한 마스터카드 글로벌 결제망 정산이 실제 가동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결제 자체를 대체한 사례가 아니라 카드 거래의 정산 단계에 적용된 사례다. 본지는 앞서 소파이USD가 마스터카드 글로벌 카드망 정산을 시작한 사례를 전했다.
BVNK 인수는 마스터카드가 기존 결제망의 가맹점 접점과 보안·분쟁 처리 기능을 제공하고, BVNK가 온체인 결제와 법정화폐 환전 인프라를 보완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BVNK의 연간 처리량과 라이선스 수 등 일부 수치는 공식 발표에서 교차 확인되지 않아 거래 규모를 설명하는 근거로 사용하기 어렵다.
마스터카드는 암호화폐 공동브랜드 카드 거래량이 최근 2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스테이블코인의 온체인 정산액이 아니라 카드 결제 경로를 통한 거래량이어서, 정산 규모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
◇ AI 에이전트 결제에는 복수 결제수단
마스터카드는 6월 카드·계좌·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는 ‘Agent Pay for Machines’를 출시했다. 초기 참여·지원 기업은 30곳 이상이며, 기계 간 거래에서 결제 승인·권한 설정·거래·정산을 처리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도메인·호스팅·데이터·컴퓨팅 자원을 자동 구매하면 거래가 작고 잦아질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카드망의 보안과 분쟁 처리 기능을 활용하면서도 초소액·고빈도 거래에는 카드 외 결제 레일을 열어두는 방식을 제시했다.
핵심 기술은 ‘Verifiable Intent’다. 사용자의 신원과 최초 지시, 최종 거래 결과를 연결해 AI 에이전트가 사전에 정해진 금액과 조건을 벗어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기록 체계다. 마스터카드는 이 기술이 구글의 AP2·UCP 프로토콜과도 호환된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AI가 자율적으로 거래하더라도 어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어떤 조건으로 결제가 이뤄졌는지 추적하려는 접근이다. 다만 실제 분쟁과 환불 책임을 어느 주체가 부담하는지는 추가로 확인할 사안으로 남아 있다.
비자($V)도 4월 스테이블코인 정산 파일럿의 연환산 규모가 70억달러(약 9조4990억원)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비자의 수치는 온체인 정산액이고, 마스터카드가 공개한 공동브랜드 카드 거래량은 집계 대상이 달라 두 수치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마스터카드의 전략은 스테이블코인이나 AI 결제가 기존 결제망을 단번에 대체한다는 구도와는 다르다. 법정화폐·카드·계좌·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여러 결제 수단을 연결하고, 그 과정의 신뢰·보안·규제 통제를 결제망 안에 두려는 방식이다.
마스터카드는 BVNK 인수와 AI 결제 기능을 통해 기업·기관 거래와 기계 간 결제에서 복수 결제 레일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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