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전통적 카메라 제조업체 이스트먼 코닥이 자금 상황 악화를 이유로 회사 존속에 대한 내부 경고를 공식화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실패한 산업 유산의 생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2025년 8월 11일자 정기 보고서를 통해 코닥은 현재의 재정 상태에서는 향후 12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갚기 위한 충분한 현금 흐름이나 자금 조달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표현으로 정리됐다. 이는 경영진 스스로가 유동성 위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의 '계속기업' 판단은 기업 회계에서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향후 일정 기간 동안 기업이 현재의 형태로 운영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평가가 부정적으로 내려질 경우, 추가 자금 조달이나 구조조정 등의 압박이 커지고, 외부 투자자나 금융기관과의 신뢰관계에도 타격이 생긴다.
실제 이스트먼 코닥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2025년 2분기 실적에서 코닥은 전년도 같은 기간 흑자 2천600만 달러에서 정확히 같은 금액의 순손실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매출 또한 2억6천700만 달러에서 소폭인 2억6천300만 달러(한화 약 3천630억원)로 줄었다. 회사는 일부 주력 제품이 미국 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 이슈에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밝혔지만, 실적 하락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재정 압박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경영 전략의 후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1975년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필름 사업과의 충돌을 우려해 기술 상용화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전환 흐름에 뒤처졌고, 결국 2012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코닥은 기업용 필름, 인쇄 솔루션, 화학제품 등 비소비자 중심 제품으로 사업을 재편했지만, 수익 다변화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은 8월 12일 CNN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미 약정됐던 대출의 상당액을 상환했으며, 나머지 부채에 대해서도 조건 변경이나 연장, 차환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낙관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신용도 하락과 투자 위축 등 시장 신뢰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트먼 코닥의 경우처럼, 기술 혁신의 주도자가 스스로 만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어떤 결과를 맞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코닥이 다시 한번 생존을 위한 전략적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혹은 역사 속 브랜드로만 남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