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 시장이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변동이라는 대형 변수들을 소화한 가운데, 향후 시장의 방향성이 불확실한 변동성 장세 속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주요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고치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2년물부터 20년물까지 주요 만기물 금리는 이달 중순 연중 고점을 찍은 후 등락을 반복 중이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건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는 뜻으로, 투자자들이 채권을 덜 선호하거나 위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에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회사채와의 금리 차이, 이른바 ‘크레디트 스프레드’도 다시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15일에는 그 수치가 0.50%대로 상승해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일정 수준을 회복했다.

채권 금리의 단기 급등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과 향후 완만한 인하에 대한 기대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특히 지난 11일 발표된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이후 서울 채권 시장도 일시적으로 반응해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내년도 재정확대를 위한 국채 발행 증가 전망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다시 금리는 다소 안정됐다. 19일 발표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예상보다 강한 긴축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국내 금리에도 즉각 반영돼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채권 선물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외국인은 3년물 국채선물을 약 8만2천 건 이상 순매도했고, 10년물도 약 4만6천 건 순매도해 시장의 약세 흐름을 주도했다. 이는 지난 10월과 11월의 매도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신한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기초적인 금리 환경은 외국인의 매도세를 완화시킬 수 있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에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말 특유의 거래량 위축 현상도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통상 연말엔 주요 금융기관들이 보수적인 포지션을 취하면서 거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적은 거래에도 금리가 크게 출렁이는 현상이 반복된다. 여기에 다음 주 크리스마스 휴장을 앞두고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주요 이벤트들이 지나간 만큼 서서히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진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타난다.

다만, 당면한 환율 불안은 금융시장에 복병으로 남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2원을 돌파하는 등 여전히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채권 금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변수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정책 방향성과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 대외 환경 변화가 향후 국내 채권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