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바꾸는 서비스가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잠자고 있는 각종 포인트를 지역 내 소비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민간 서비스와 정책 논의가 동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일부 카드사는 자체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이미 운영하고 있고, 적용 지역도 넓히고 있다. NH농협카드는 2023년부터, KB국민카드는 6월 22일부터 코나아이와 협력해 1포인트당 1원 비율로 카드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7월 13일 인천 지역 카드형 지역화폐인 인천이음에 자사 포인트인 KB포인트리를 전환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고, 올해 하반기 중 대상 지역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카드사들도 지역화폐 전환 대행사와 도입 여부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대통령실과 정부의 정책 의지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카드 결제나 쇼핑 멤버십 가입 등으로 쌓인 포인트 가운데 쓰이지 않은 금액이 수십조원에 이른다며, 이를 지역화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정부는 지방 소비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카드 포인트와 각종 멤버십 포인트 잔액을 지역화폐로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역화폐는 해당 지자체나 지역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도록 설계된 결제 수단이어서, 소비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나 외부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제도 설계는 이제 막 논의 단계에 들어섰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이 총괄하고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7월 2일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는 여러 카드사의 포인트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여신금융협회의 포인트 통합조회 서비스 활용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포인트를 실제로 현금화하거나 이전하는 기능은 카드사별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어, 지역화폐 운영사와 카드사 사이의 연동 체계를 따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10일에는 관계 부처와 업계가 모여 전반적인 전환 구조에 대한 기초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카드 포인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카드 포인트는 이미 현금으로 바꾸는 제도가 비교적 잘 정착돼 있지만, 항공 마일리지나 쇼핑·통신 멤버십처럼 환금성이 낮거나 사용처가 제한된 포인트는 성격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결국 정부 차원의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시에 1포인트를 얼마의 지역화폐 가치로 인정할지, 누가 정산 비용을 부담할지, 관리 주체를 어디로 둘지 같은 실무 쟁점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포인트가 고객을 묶어두는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에 외부 결제 수단으로 전환하는 데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충전식 멤버십은 애초 소비자가 현금을 넣어 적립한 구조여서, 이를 다시 현금성 자산으로 돌리는 것이 정책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추가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 포인트는 이미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가 굳이 지역화폐 전환을 선택하게 하려면 할인이나 캐시백 같은 별도 혜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이 추가 할인이나 환급 혜택을 통해 사용을 늘리고 있는 점도 이런 논리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미사용 신용카드 포인트는 2조9천억원 수준으로 집계됐고, 여기에 쇼핑·통신·항공 분야의 멤버십 포인트와 마일리지까지 합치면 방치된 규모가 수십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지역 소비 진작 정책과 디지털 결제 인프라 확충 논의가 맞물리면서 더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제도화까지는 환산 기준과 예산, 시스템 연동 문제를 둘러싼 상당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