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서 은행권의 부동산업 대출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IBK기업은행과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관련 연체율이 수년 또는 10년 안팎의 최고 수준까지 올라, 부동산 경기 둔화가 금융권 건전성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올해 2분기 말 중소 부동산업 및 임대업 연체율은 1.54%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3분기 2.02%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 분기 말보다 0.26%포인트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상승 폭은 0.90%포인트로 2011년 1분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기업은행은 일부 업체의 연체가 반영된 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가 관련 업종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아직 업종 전반의 광범위한 부실로 번질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의 다른 취약 업종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중소 도소매업 연체율은 1.11%로 1분기 말 1.07%보다 0.04%포인트 올라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건설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 1.71%로 최고치를 찍은 뒤 올해 1분기 말 1.64%, 2분기 말 1.32%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1%대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 전체 연체율도 지난해 3분기 말 1.03%까지 올라 201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지난해 말 0.91%로 내려갔다가 올해 1분기 말 0.98%로 다시 반등해 2분기 말에도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시중은행에서도 부동산업 연체 상승 흐름은 뚜렷하다. 신한은행의 2분기 말 부동산업 및 임대업 연체율은 0.42%로, 업종별 집계를 시작한 2021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0.21%에서 올해 1분기 말 0.35%로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도 0.07%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우리은행 역시 2분기 말 연체율이 0.62%로 전 분기 0.41%보다 0.21%포인트 뛰어 2016년 1분기 이후 1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하나은행은 0.57%로 1분기 말과 같았지만, 2016년 2분기 말 0.58%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만 유일하게 2분기 말 연체율이 0.16%로 전 분기 0.44%보다 0.28%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배경에는 자영업 부진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이 늘면 상가 공실이 늘고 임대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동시에 매매 시장까지 얼어붙으면 건물을 팔아 대출을 정리하기도 어려워진다. 여기에 높은 금리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임대사업자와 부동산 관련 중소기업의 상환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업을 최근 2~3년간 성장성이 부진한 주의 업종으로 분류하며, 도소매업과 부동산업은 금융기관의 익스포저(위험노출)가 크고 연체율도 전체 업종 평균보다 높아 자산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금리 부담이 빠르게 낮아지지 않고 상업용 부동산 회복도 지연될 경우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은행권은 업종별 대출 관리와 충당금 적립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