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약 106GW 규모의 가스발전 설비와 연간 약 7000만t 규모의 LNG 수입 설비가 호르무즈 해협 공급 차질 속에서도 개발 단계에 남아 있다. 관련 인프라 개발 규모는 1600억달러(약 217조원)에 이른다.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는 9월 보고서에서 동남아시아의 가스발전·LNG 수입 인프라 개발 규모를 이같이 추산했다. 발표·사전 건설·건설 단계 프로젝트가 포함된 수치로, 실제 가동 중인 설비 용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GEM 보고서
동남아시아의 가스발전 개발 용량은 2024년 5월 100GW를 웃돈 뒤 현재 약 106GW로 집계됐다. 일부 프로젝트가 개발 단계에서 빠지고 새 사업이 추가됐지만 전체 계획 규모는 100GW 이상을 유지했다.
LNG 수입 설비 개발 용량은 2024년 약 4700만t에서 현재 약 7000만t으로 늘었다. 다만 수입 터미널 용량이 커져도 실제 LNG 공급 확보와 가격 안정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LNG 운송은 2026년 6월 미국·이란 임시 합의 이후 늘었지만 정상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해협을 통과하던 LNG 물량은 세계 공급량의 약 20%에 해당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2분기 아시아 현물 LNG 가격이 평균 17.5달러/MMBtu로 전년보다 45%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격은 3월 고점 이후 낮아졌지만 2025년 수준을 웃돌았다. IEA 보고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LNG 선적량은 2026년 3~6월 전년보다 350억㎥ 감소했다. 북미와 아프리카 등의 생산 증가가 감소분의 약 4분의 3을 상쇄했지만, 글로벌 LNG 생산량은 같은 기간 전년보다 4% 줄었다.
워다 아자즈(Warda Ajaz) 글로벌에너지모니터 아시아 가스 추적 프로젝트 매니저는 “수입 설비 용량이 LNG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고, LNG 접근성이 가격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입 인프라 확대만으로는 해상 운송 차질과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각국의 국내 가스 개발도 단기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GEM은 2035년까지 연간 약 620억㎥의 생산능력을 추가할 수 있는 가스전 최소 20곳을 확인했지만, 신규 가스전 개발에는 수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생산된 가스가 각국 발전시장으로 공급된다는 보장도 없다. 수입 터미널, 운송로, 가스전 개발은 서로 다른 일정과 투자 결정을 거쳐야 하므로 한 부문의 확대만으로 전체 공급망의 안정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IEA는 높은 LNG 가격의 영향으로 2026년 아시아 천연가스 수요가 전년보다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 부문에서 가스 대신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움직임과 산업용 가스 소비 감소가 배경으로 제시됐다.
동남아시아의 가스발전 확대는 전력 수요 증가와 LNG 수입 인프라 확충을 전제로 진행돼 왔다. GEM은 기존 계획이 LNG의 안정적 공급, 대체연료와 경쟁 가능한 가격, 수입 차질 때 국내 가스의 대체 가능성을 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공급 차질은 이 세 가지 가정을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 LNG 수입 터미널을 건설해도 선박 운송과 생산시설이 특정 해상로에 의존하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국내 가스 생산 확대 역시 개발 기간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책이 되기 어렵다.
GEM은 동남아시아 전체가 가스발전을 중단하거나 확대하기로 방향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 국가는 가스에서 멀어지는 반면 다른 국가는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고 있어 국가별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 운항 재개 이후에도 가스 가격 상승 위험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향후 동남아시아 가스발전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과 착공 여부는 LNG 가격과 공급 경로, 국내 가스 생산,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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