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억만장자 창업 사관학교…스타트업 누적 투자금만 288조

하버드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문적 명성과 광범위한 동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여전히 창업 생태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졸업생과 중도 탈락자들이 세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수조 원 규모에 달하며, 스탠퍼드대와 MIT와 함께 벤처 자금을 유치한 창업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상위 3개 대학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도 하버드대 출신 창업자들이 만든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잇따라 성공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Stripe)는 공동 창업자인 존 콜리슨이 하버드 재학 중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며 설립했다. 이와 같은 하버드 중퇴 창업자에는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억만장자 클럽’ 멤버도 포함된다.

최근 4억 5,000만 달러(약 648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68억 달러(약 24조 1,000억 원)로 평가받은 리플링(Rippling)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 파커 콘래드 역시 하버드 졸업생이다. 메디케어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디보티드 헬스(Devoted Health)도 에드 파크, 토드 파크 형제가 공동 설립했는데, 두 사람 모두 하버드 출신이다.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현재 하버드대 동문이 창업한 비상장 스타트업 중 100만 달러(약 14억 4,000만 원) 이상을 투자받은 기업은 1,900개가 넘으며, 이들이 모은 누적 투자금은 2,000억 달러(약 288조 원)를 웃돈다. 이 중 오픈AI의 공동 창업자 그렉 브록먼은 처음에는 하버드에 입학했다가 MIT로 전학한 이력 덕분에 하버드 연고 창업자로 분류되며, 오픈AI가 유치한 약 470억 달러(약 67조 6,000억 원) 투자액도 전체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CEO 배출 측면에서도 하버드는 여전히 강세다. 현재 기준으로 하버드 출신 CEO가 이끄는 유니콘, 이머징 유니콘, 혹은 상장 회사를 포함한 ‘전 유니콘’ 기업 수는 158곳에 달한다. 상당수는 창업자 겸 CEO 역할을 겸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나스닥이나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수장으로 활동 중이다. 예컨대 리프트, 그랩, 클라우드플레어, 모더나 등의 경영진이 하버드 배경을 공유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은 특히 유니콘 CEO 양성소로 불리며, 다수의 테크 및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출신 학교로 거론된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규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도 창업 성공을 이룬 사례가 더욱 높은 투자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들어 ‘하버드 중퇴 창업자’의 성공 모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스트라이프, 오픈AI 모두 창업자의 하버드 중도 이탈 이력이 있다.

향후 하버드가 과거와 같은 창업자 육성 플랫폼의 위상을 유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며 이목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혁신 창업의 보루라는 역할 수행이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하버드가 스탠퍼드, MIT 등과 어떤 경쟁 구도를 이어갈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