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포스트 칼럼] 스테이블코인: 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향한 도약의 배경과 실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라는 단어는 비트코인의 급등락과 같은 극심한 변동성을 연상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년, 우리는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 또 다른 의미 있는 변화의 물결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의 폭발적인 성장과 금융 시장 전반으로의 확산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자산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그 이름처럼 미국 달러와 같은 특정 법정화폐나 실물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여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본질적인 특징입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인 유동성 증가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과 사용량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단순한 암호화폐 투자 수단을 넘어,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송금, 디지털 결제,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의 핵심 매개체로서 그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과연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 높은 암호화폐 시장의 '안전자산' 역할을 넘어, 전통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금융 혁신을 이끌어낼 '새로운 지평'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요?

총 2~3회에 걸쳐 연재될 이번 심층 분석 칼럼의 첫 번째 순서로, 이번 편에서는 최근 1년간 스테이블코인의 사용량이 왜, 그리고 어떻게 급증했는지 온체인(On-chain) 데이터를 통해 면밀히 분석하고, 실제 금융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그 실체를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금융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을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심층적으로 조명할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량 분석 : 데이터로 보는 급부상

최근 1년간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단순한 추측이 아닌, 온체인(On-chain) 데이터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총 발행량, 일일 전송량, 활성 주소 수는 꾸준히 증가하며 디지털 경제의 핵심적인 유동성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테이블코인 총발행량 (자료원: rwa.xyz)

2025년 6월말 기준,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이 2,417억 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증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며, 2024년 미국 M2 통화량인 21.4조 달러의 1%를 넘어섰습니다.

또한 올해 6월 한 달간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은 2조 6천억 달러에 달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빠르고 효율적인 자금 이동의 잠재력을 입증했습니다. 더 나아가, CEX.io 자료를 인용한 코인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지난 2024년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합산 거래량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핵심적인 결제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2024년 스테이블코인과 비자 마스터카드의 분기별 거래량 비교 (자료원: 코인텔레그래프, CEX.io)

또한 스테이블 사용 활성 주소 수의 지속적인 증가는 더 많은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스테이블 사용 활성 주소 수 (자료원: rwa.xyz)

주요 스테이블코인인 USDT (테더), USDC (USD 코인), DAI (다이)는 각각 다른 성장 동력과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최근 5년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마켓도미넌스 (자료원:DeFillama)

- USDT (테더)는 최근 5년 부동의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6월말 기준 62.5%의 시장점유율로 가장 큰 발행량을 자랑하며 특히 아시아 시장과 국경 간 송금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USDC (USD 코인)는 24.2%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투명성과 규제 준수를 강조하며 기관 및 서구권 디파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 DAI (다이)는 탈중앙화된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서 디파이 생태계 내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들은 특히 국경 간 송금과 디지털 결제 영역에서 실질적인 활용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송금은 기존 은행 시스템 대비 훨씬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처리 속도를 제공하며, 특히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서의 소액 해외 송금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디파이(DeFi) 생태계 내 활용: 금융의 심장부로 침투한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을 견인한 또 다른 핵심 동력입니다.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이자 '거래 매개체'로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투자자들은 가격 변동의 위험 없이 자산을 보관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예치하여 수익을 얻거나, 유동성 풀에 공급하여 거래 수수료를 받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합니다.

디파이 프로토콜 내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예를 들어, Aave, Curve, Compound와 같은 주요 디파이 대출 및 유동성 프로토콜에서 예치된 자산의 상당 부분은 스테이블코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Curve 파이낸스와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는 스테이블코인 간의 낮은 슬리피지(가격 미끄러짐) 거래를 지원하며 대규모 유동성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예치에 대한 수익률(APY)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지만, 이는 전통 금융 상품 대비 높은 수익 기회를 제공하며 더 많은 유동성을 디파이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 생태계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고, 금융 혁신을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와 스테이블코인의 만남: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더 이상 가상자산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 세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활용 사례를 만들어내며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결제 및 송금입니다. 예를 들어, 튀르키예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기축통화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해외 거주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송금할 때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속도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수수료 절감뿐 아니라,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적 금융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카드사의 코인 결제 시장 진출은 결제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카드가 등장하면서 기존 카드사, PG사, VAN사 등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소비자 지갑에서 가맹점 지갑으로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전송하는 P2P(Peer-to-Peer) 결제 방식이 확산되면, 중개 수수료 절감과 거래 속도 향상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이러한 현실 세계 적용 사례들은 각국 정부와 규제 당국의 시선을 스테이블코인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상원은 2025년 스테이블코인의 완전한 준비금 보유, 월간 감사,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준수를 요구하는 GENIUS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의 변종이 아닌, 현실 금융의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안정성 너머의 수익’ 구조는 또 어떤 혁신을 품고 있을까요? 다음 칼럼에서 미국 국채 기반 RWA 모델과 테더사의 수익구조를 통해, 고정된 가격 속에 숨겨진 금융의 작동원리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