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IPO 돌풍… 벤처 시장 침체 속 기술 유니콘 투자 기대감 확대

7월 글로벌 벤처 투자 규모는 297억 달러(약 42조 7,000억 원)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전달인 6월의 430억 달러(약 61조 9,000억 원)에 비해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둔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피그마(Figma)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는 침체된 상장시장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으며 기술 스타트업들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했다.

AI 분야는 여전히 벤처 투자 열기의 중심에 있고, 피그마의 IPO는 수익성과 성장을 겸비한 기술 유니콘들의 상장 러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피그마는 상장 첫날 공모가 33달러에서 세 배 넘게 급등하며 2022년 이후 가장 눈부신 데뷔 주자로 기록됐다. 이번 IPO로 피그마는 시가총액과 브랜드 가치 면에서 새로운 기술주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의 벤처 투자 단계별 비율을 살펴보면, 시드 단계는 전체의 10%, 초기 단계가 30%, 후속 투자가 60%를 차지했다. 특히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초과하는 대형 투자가 집중된 점이 눈에 띈다. 이처럼 대규모 라운드는 대부분 기업이나 사모펀드 주도로 이뤄졌으며, 이 중 벤처캐피털이 단독으로 리드한 사례는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와 러버블(Lovable) 두 곳에 불과했다.

7월 최대 투자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xAI가 차지했다. 이 회사는 스페이스X 참여 하에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를 유치하며,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큰 자금조달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올 상반기에는 오픈AI가 소프트뱅크 주도로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를 조달했고, 6월에는 메타의 143억 달러(약 20조 6,000억 원) 규모의 스케일AI 투자도 있었다.

미국은 여전히 스타트업 투자에서 강세를 보였다. 전체 벤처 자금의 58%에 해당하는 170억 달러(약 24조 5,000억 원)를 집행하며 중심축 역할을 굳혔다. 업종별로는 인공지능이 전체의 37%를 차지하며 총 110억 달러(약 15조 8,000억 원)를 받았고, 바이오·헬스케어가 57억 달러(약 8조 2,000억 원), 금융서비스가 46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핀테크 투자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피그마에 투자한 주요 벤처캐피털들도 지분 회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인덱스벤처스(Index Ventures), 그레이록(Greylock),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각각 시드부터 시리즈C까지 단계적으로 참여해 이번 상장을 통해 수조 원 규모의 회수 성과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벤처 생태계 전반을 보면 여전히 1조 달러 이상이 1,600개가 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에 묶여 있다. 이러한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상장을 통한 출구 전략에 나설 수 있을지, 피그마의 사례가 그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