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2025년 3분기에도 전반적인 강세를 이어가며,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가 시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스타트업들은 해당 분기 동안 총 631억 달러(약 90조 8,6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이는 직전 분기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번 집계 결과에서 두드러진 점은 거래 건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투자 규모 증가가 전체 투자액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3분기 중 보고된 투자는 총 2,276건으로, 직전 분기보다 소폭 감소했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그러나 후기 단계 투자가 대형 자금을 유치하며 전반적인 열기를 견인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AI 스타트업 안스로픽(Anthropic)의 시리즈 F 라운드로, 한 번에 130억 달러(약 187조 2,000억 원)의 자금을 모으며 전체 분기 투자액의 5분의 1 이상을 독식했다. 이는 북미 지역 사상 최대 단일 AI 투자 중 하나로 기록된다.

후기 단계 외에도 얼리 스테이지(Series A~B) 투자 역시 활기를 보였다. 해당 단계 스타트업들은 총 156억 달러(약 22조 4,600억 원)를 유치하며 최근 1년 중 가장 높은 집행액을 기록했다. 다만 거래 건수는 줄어 이전보다 투자 단가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대표적으로 양자융합 스타트업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s)은 B2 라운드에서 8억 6,300만 달러(약 12조 4,700억 원)를 확보했고, 엔비디아(NVIDIA)가 투자한 양자 컴퓨팅 업체 콘티늄(Quantinuum)은 시리즈 B 라운드에서 6억 달러(약 8,640억 원)를 모았다.

반면 시드 단계 투자는 하향세를 보였다. 투자 건수는 줄고 전체 금액도 46억 달러(약 6조 6,200억 원)에 그치며 전분기 대비 25% 감소했다. 물론 전분기에는 역사상 최대 시드 라운드인 2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의 투자 사례가 있었던 만큼 높은 비교 기준에 따라 수치가 낮아졌을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과학 연구 솔루션을 제공하는 피리어딕 랩스(Periodic Labs)가 3억 달러(약 4,320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여전히 대규모 시드 펀딩은 발생하고 있다.

3분기 역시 AI는 북미 스타트업 투자 지형의 중심에 있었다. AI 관련 기업들이 유치한 총투자는 357억 달러(약 51조 4,000억 원)로 전체 투자의 57%를 차지하며 압도적 영역을 형성했다. 이는 전분기에 비해 큰 변화 없이 유지된 수치이면서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성장폭이다.

이와 함께 엑시트 시장에서도 일부 굵직한 움직임이 있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Figma)는 7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첫날 주가가 3배 이상 상승했고, 이어 스텁허브(StubHub), 넷스코프(Netskope),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 등도 IPO를 통해 자본 시장에 진입했다. 인수합병(M&A) 분야에선 아틀라시안(Atlassian)이 AI 브라우저 개발사 브라우저 컴퍼니(The Browser Co.)를 6억 1,000만 달러(약 8,800억 원), 개발자용 AI 플랫폼 DX를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에 사들이며 주목을 받았다. 오픈AI(OpenAI)도 제품 테스트 플랫폼 스타식(Statsig)을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에 인수하며 시장 관심을 끌었다.

다만 시장 전반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테크나 클린테크 분야는 투자 비중이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여전히 활발한 자금이 유입 중이며, 특히 AI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투자 사이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