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전환이 본격화됨에 따라, 현지 시장 진입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거래소의 직접 진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엄격한 라이선스 체계가 국내외 기업들의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베트남은 2025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전면적인 규제 틀을 도입했다. 이번 변화는 2026년부터 시행되는 디지털기술산업법(DTI Law)과 핀테크 샌드박스 시행령, 정부 결의안 05/2025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정부 결의안은 베트남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합법 운영을 위한 시범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며, 국내 기업만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 거래소는 지분 참여나 기술 제공 등의 간접 방식으로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엄청난 진입 장벽이 설정된 것도 특징이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정부는 최소 자본금 3억 8천만 달러를 설정하고, 이 중 65% 이상을 국내 기관 투자자가 출자해야 하며, 해당 기관들은 2년 연속 흑자 및 외부 감사 적정 의견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외국인 지분은 49% 이하로 제한되며, 기술과 인력 수준에 있어 사실상 대형 금융기관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베트남 정부가 디지털 자산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의지를 방증한다. 그러나 현지 7개 기업이 이미 디지털 자산 거래소 설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격 요건 미달로 상당수가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자본금 및 파트너 유치에 실패한 스타트업이나 핀테크 중심 기업은 규제 내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은 베트남 정부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선제적 포지셔닝을 마쳤다. 바이낸스는 2025년 9월 베트남 부총리와 회동했으며, 다낭 본사 설립 및 국제금융센터 프로젝트 자문 역할을 제안받았다. 바이빗 또한 베트남 지방 정부 및 블록체인 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해 기술적·인프라적 기반을 확보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양사가 향후 배분될 소수 라이선스의 주요 수혜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만약 바이낸스와 바이빗이 각각 하나씩의 라이선스를 확보한다면, 베트남 정부가 예고한 초기 5개 라이선스 중 국내 기업 몫은 겨우 3개에 불과해진다. 이로 인해 주요 국내 금융기관과 연계된 프로젝트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타이거리서치는 시장 내 생존 조건으로 ‘기관 중심 대규모 자본조달력’과 '조기 정부 관계 형성능력'을 꼽으며, 단순 기술력이나 운영 경험으로는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존 베트남 내 유저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BingX, MEXC 등 다른 글로벌 거래소들은 정식 라이선스를 받지 못할 경우 규제 밖에서의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규제 강화와 시장 정비가 본격화될수록 향후 단속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과정을 통해 베트남 정부는 다낭 등 특정 지역을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로 성장시키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적 개방은 베트남을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전략 거점으로 삼으려는 기업에게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고서는 규제를 단기 기회로 보기보다, 규제 내 합법 구조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입지 구축의 시각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강력한 국내 파트너사와의 협업, 장기적인 투자 여력, 철저한 컴플라이언스 이행 능력 등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번 시장 변화는 단순히 ‘베트남’이라는 하나의 국가가 아닌, 아시아 지역 암호화폐 규제 방향성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