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 10만 달러(약 1억 4,400만 원)가 넘는 신청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전 세계 AI 창업가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지난 2017년 실리콘밸리 진출을 시도했던 창업가 바실 더브는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경험담을 공유했다. 당시 그는 수많은 투자 미팅과 네트워크 기회를 좇아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문화적 벽과 이해 부족으로 돌아서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 실패가 기술력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라는 생태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한다. 이후 그는 수년간 미국과의 연결 고리를 끊지 않고 도전했고, 현재는 스탠퍼드 대학과 알케미스트 액셀러레이터의 멘토이자 ‘레이저블 파운더스 허브’의 설립자가 됐다.

더브는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한다. 마인드셋을 전환하고, 적합한 커뮤니티에 자신을 연결하며, 아이디어를 철저히 검증하고, 여기에 기반해 전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전보다 자본이 빠르게 움직이고 투자자가 까다로워진 현재의 환경에서 이 같은 접근 없이는 성공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핵심 원칙은 신뢰다. 현지에 도착하기 전에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관계를 쌓아두고, 현지 생태계에 기여할 무언가를 준비해오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투자 유치만을 목표로 삼는 것 보다는, 장기적으로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더브는 "투자자는 창업자의 유연성과 학습 속도를 볼 뿐만 아니라, 그가 이 생태계 안에서 협력 가능한 인물인지를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양한 도전과 피드백이 끊임없이 주어지는 실리콘밸리의 특성상,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성장을 자극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업계에 정통한 커뮤니티에 전략적으로 참여하고, 먼저 가치를 제공하는 접근을 취할 것을 제안한다. 단순한 네트워킹은 피하고, 행사 전 연사에 대한 배경을 조사하거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인상 깊은 첫 만남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창업가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로 ‘투자자 소개’에 집착하는 행태를 꼽았다. 대신 그는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실제로 통하는지를 다양한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검증하고, 이를 통해 메시지를 정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만남이 새로운 공동 창업자, 자문가, 혹은 첫 고객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만남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정책 강화와 같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핵심은 이 생태계에 들어가기 위한 ‘보이지 않는 문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갖추는 것이다. 더브의 조언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이는 수많은 실패 끝에 그가 깨달은, 실리콘밸리의 미래 주역이 되기 위한 실전형 생존 가이드이자 창업자들을 위한 나침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