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 달 동안 벤처 자금이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몰리며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입된 벤처 자금은 총 396억 달러(약 57조 4000억 원)로, 전달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자금이 소수의 대형 기업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14개 기업이 각각 5억 달러(약 72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이들이 전체 벤처 자금의 43%를 가져갔다. 이는 지난 3년간 가장 많은 ‘메가라운드’가 진행된 기록적인 달로 평가된다.

가장 큰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신생 AI 기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로, 물리적 지능(physical intelligence)에 도전하는 첫 투자 라운드에서 62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를 유치했다. AI 코딩 툴 ‘커서(Cursor)’를 개발한 애니스피어는 엑셀과 코튜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23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를 확보했으며, AI 데이터센터 제공업체 람다도 15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조달했다. 이 외에도 미래 이벤트에 베팅하는 플랫폼 칼시는 세쿼이아 캐피탈과 캐피탈G(구 구글 캐피탈)가 주도한 라운드에서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모았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전 세계 벤처 투자금의 70% 이상을 끌어모으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이는 전달의 60%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중국이 24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로 뒤를 이었으며, 영국과 캐나다도 각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이상을 유치하며 글로벌 상위권을 유지했다.

산업별로는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이 전체 벤처 투자금의 53%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약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 이상이 AI 분야로 흘러들어갔으며, 데이터센터, 컴퓨터 비전, 로보틱스, 방위산업 등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에도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핀테크, 특히 암호화폐, 결제, 금융 운영 및 컴플라이언스 관련 기술 기업 또한 대형 라운드를 완성하며 세 번째로 많은 자금을 끌어들였다.

전반적으로, AI에 대한 자금 집중 현상은 메가라운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하드웨어와 딥테크 영역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벤처 자금 조달의 지형은 점점 굵직한 대형 거래에 집중되고 있으며, 미국이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한편 크런치베이스는 이번 수치가 2025년 12월 2일 기준 보고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벤처 투자 초기 단계의 경우 정보 보고 지연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시드 및 엔젤투자 건은 분기 말이나 연도 말 이후 집계가 추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