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냉혹한 현실 자각'의 해였다면, 2026년은 거대한 '유동성의 파도'가 몰려오는 확장의 해가 될 것입니다. 세계는 이미 빗장을 풀고 달리는데, 우리만 낡은 규제의 틀에 갇혀 있다면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는 없습니다."
11일 서울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TokenPost Gala Dinner 2025'의 메인 세션 연사로 나선 권성민 토큰포스트 의장은 '거대한 유동성의 파도와 한국의 골든타임'이라는 주제로 2026년 시장을 전망하며 한국 블록체인 산업이 직면한 위기와 기회를 날카롭게 진단했다.
권 의장은 먼저 2025년을 회고하며 "웹3 시장이 더 이상 독립된 섬이 아니라 거시경제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학습한 해"라고 정의했다. 상반기 비트코인 신고가 경신 이후 매파적 금리와 무역 전쟁 등 거시적 요인에 의해 시장이 요동쳤던 흐름을 짚었다.
◇ 2026년 키워드는 '확장(Expansion)'... "AI가 지갑을 여는 시대 온다"
권 의장이 제시한 2026년의 핵심 키워드는 '확장'이다. 그는 "미 연준의 리더십 교체에 따른 저금리 기조와 중간선거를 겨냥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맞물려 사실상의 '양적완화(QE)'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닌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현대적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격상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인용해 힘을 실었다.
특히 이날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개념은 'AI 에이전트(Agentic AI)'와 'DAT 2.0'이었다. 권 의장은 "2026년 시장의 최대 '큰손'은 사람이 아닌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며 "은행 계좌가 없는 AI가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사용할 유일한 화폐는 바로 '지갑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이 AI 경제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며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기업의 가상자산 전략이 단순 보유(DAT 1.0)를 넘어 스테이킹과 디파이(DeFi)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적 운용(DAT 2.0)'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산을 금고에 넣어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스마트하게 운용하느냐가 기업 가치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는 '성장 설계' 하는데 한국만 '규제 족쇄'... 갈라파고스 탈피해야"
장밋빛 글로벌 전망과 달리 권 의장이 진단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위태로웠다. 그는 뉴욕, 런던, 도쿄, 홍콩이 블록체인망으로 긴밀히 연결되는 동안 한국만 연결이 끊긴 지도를 보여주며 "우리는 여전히 '보호'와 '규제'라는 프레임에 갇힌 갈라파고스"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백악관에 디지털자산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지니어스 법' 등을 통해 규제를 '족쇄'에서 '날개'로 바꾸는 동안, 한국은 법인 계좌 개설조차 막혀 있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 의장은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필수 과제로 ▲법인 투자 허용과 ▲원화(KRW)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1천만 개인 투자자는 존재하지만 법인 참여가 막힌 기형적 구조"라며 "특히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마저 주저한다면, 우리 안방 금융 시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의해 잠식당하고 결국 디지털 금융 주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지금이 마지막 12시 5분 전... 세계 금융 흐름에 올라타야"
발표 말미, 권 의장은 "세계 금융의 흐름에 합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RWA(실물자산 토큰화)와 STO(토큰증권) 시장을 과감히 개방해 우리 기업들이 월가, 즉 세계 금융의 메인스트림과 연결될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민 의장은 "디지털 자산을 여전히 '위험한 투기판'으로 치부하며 문을 걸어 잠글 것인지, 아니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며 "그 선택에 따라 2026년 한국은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디지털 금융 식민지로 전락하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토큰포스트 갈라 디너 2025는 Web3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국내외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의 성과를 돌아보고 다가올 2026년의 핵심 전략과 전망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산업진흥, 기술혁신, 규제·정책 등 분야별 공로자에게 시상하고 정부·국회·학계·산업계가 함께 참여해 한국 Web3 산업의 방향성과 협력 모델을 논의하는 민관 연계 행사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