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가상자산 거래소 ‘해시키(HashKey)’가 2025년 12월 17일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상장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시키는 주당 HK$6.68의 공모가로 약 HK$16억(약 206백만 달러)을 조달할 예정이며, UBS, 피델리티, CDH 등 굵직한 기관들이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 IPO를 단순한 상장 이벤트로만 이해하면 해시키가 노리는 본질적 전략을 놓치게 된다.
지금 중국 본토는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등을 점점 단속하고 있는 반면, 홍콩은 ‘허용하되 규제 안에서 키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 변화 속에서 해시키의 IPO는 자신을 단순한 거래소가 아닌, 제도권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사업자로 재정의하는 행위로 분석된다. 팟캐스트에서는 “상장으로 얻는 것은 단순 운영자금이 아니라 지위(status)와 접속권(access)”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모서류에 따르면, 해시키는 약 14.26억 홍콩달러의 순조달 자금 중 80%를 기술·인프라 고도화와 시장 확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자금은 공유 유동성(shared liquidity), 커스터디, 규제 부합 상품 등 장기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된다. 이는 마케팅 중심의 성장보다 규제 생존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잡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홍콩 SFC는 2025년 11월 발표한 서큘러를 통해, 홍콩 내 라이선스를 취득한 거래소(VATP)가 해외 계열 거래소와 ‘공유 오더북(shared order book)’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제도는 규제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유동성에 접속할 수 있는 장치로, 해시키는 이미 홍콩과 버뮤다 양쪽에 거래소(각각 HashKey Exchange, HashKey Global)를 보유해 이 구조의 수혜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주문 매칭, 시장감시, 리스크 관리 인프라까지 전방위 기술 투자가 필요하고, 이번 IPO가 바로 그 자금 유치의 목적지다.
중국 본토는 가상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자본 이동 리스크 요소’로 간주하며 강하게 단속하고 있고, 반대로 홍콩은 그런 기능을 허용하되, 허용된 자산과 흐름이 완전히 규제 내에서 작동하도록 방화벽을 만든다. 홍콩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령(Stablecoins Ordinance)은 발행 주체에게 준비금, 상환 구조, 리스크 관리 등 제도권 요건을 강제한다. 이 구조 안에서 해시키는 ‘허용된 기업만이 통과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허브’ 전략의 핵심 인프라 사업자가 되기를 택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의 유틸리티 토큰 $HSK 역시 새로운 프레임에 진입하게 된다. 해시키는 상장사로 전환되며 $HSK를 단순 커뮤니티 자산이 아니라, 회계·공시·거버넌스 프레임에서 관리해야 하는 재무 레버로 재정의하게 된다. 현재 $HSK의 이용률은 1% 미만으로 낮지만, IPO 이후에는 토큰 이용률, 수수료 결제 비중, 계약부채 추이, 소각 집행 여부 등 ‘사실 기반 지표’가 토큰 가치의 핵심 시그널이 된다. 팟캐스트에서는 “IPO는 HSK를 마케팅 자산에서 재무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사건”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해시키 IPO의 핵심은 단순 주가나 토큰 가격이 아니라, 홍콩과 글로벌 거래소 간 연결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유지하며, 규제 신뢰를 기반으로 국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이다. 중국의 단속 기조가 지속되는 한, 홍콩은 허브이면서도 방화벽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이 구조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만이 앞으로 남게 된다. 해시키가 그 구조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