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금값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은값은 폭발적으로 치솟는다. 여기에 달러는 여전히 강하다.
보통의 상식이라면 한쪽이 오르면 다른 쪽은 꺾이기 마련인데, 지금은 그 ‘교과서의 균형’이 통째로 무너졌다. 이 낯선 동시상승을 단순한 일시적 과열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평범한 ‘시장 사이클’이 아니다. 우리는 더 큰 판이 갈리는 ‘시스템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번 흐름은 ‘패닉 바이’도, 단기 유동성 잔치도 아니다. 구조가 바뀌고 있다.
핵심은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이다. 그들은 위험자산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 자체를 헤지하고 있다. 즉 “무엇이 오르냐”가 아니라 “무엇이 무너질 수 있느냐”를 먼저 계산한다는 뜻이다. 시장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보험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방어막을 치는 대상은 분명하다.
감당 불가능한 국가부채, 중앙은행을 압도하는 재정 우위, 통화정책 신뢰의 훼손, 그리고 지정학적 파편화의 가속이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흔들리면, 투자자들은 더 이상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이 오른다” 같은 단순한 공식에 기대지 않는다. 공식이 아니라 전제가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은 더 이상 ‘금리 트레이딩’의 부속품이 아니다. 강달러조차 금값 상승을 막아세우지 못한다. 은은 산업재라는 껍데기를 넘어 다시 ‘화폐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안전자산을 산 것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에 대비한 ‘대체 저장고’를 사들인 것이다.
이 현상에 이름을 붙인다면 ‘구조적 재배치’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시스템 불신’이다.
자본은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다만, 기존 금융 시스템이라는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고 보고, 자산의 배치를 요새처럼 바꾸고 있을 뿐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을 단순한 ‘사이클’로 읽는 순간, 현실은 이미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 버린다. 투자자들은 이 전환의 의미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시장은 오르는 게 아니라, 체제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