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수탁, 보관료 다음 수익은?…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 신탁 기반 관리·운용 주목
타이거리서치는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의 경쟁이 자산 보관에서 신탁 기반 관리·운용과 거래·정산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앵커리지 디지털과 비트고 등이 서비스를 넓히는 가운데, 향후 경쟁력은 신탁 인가뿐 아니라 고객 수요에 맞는 서비스와 운용·위험 관리 역량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금융사의 경쟁 무대가 자산 보관에서 관리·운용으로 넓어지고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가상자산 규제체계인 MiCA에 따라 인가받은 수탁 사업자가 1년 사이 50곳에서 230곳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자산 규모에 비례해 보관료를 받는 사업 구조를 넘어, 신탁을 기반으로 거래·정산·투자 자문까지 제공하는 역량이 다음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자산 수탁 수요를 끌어올린 배경은 온체인 금융자산의 증가다. 보고서가 인용한 RWA.xyz 자료에 따르면 토큰화 실물자산(RWA)은 2026년 들어 보고서 집계 시점까지 85% 늘어 약 398억 달러에 도달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2025년 한 해 동안 50% 이상 성장하며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토큰화 자산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자산,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금융 인프라의 중요성이 함께 커진 셈이다.
금융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보관료 이후의 수익이다. 디지털자산 수탁으로 기관 고객을 확보한 뒤 정산과 담보 관리, 자문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 기존 고객과의 거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기관의 시장 진입 역시 늘어난 보관 수요를 흡수하면서 고부가가치 사업의 기반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기능이 ‘신탁’이다. 보고서는 수탁을 고객 자산의 안전한 보관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신탁을 정해진 목적에 따라 자산을 관리·운용·처분하는 구조로 구분했다. 신탁회사는 계약과 권한의 범위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수익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자산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자산 수탁 산업의 변화는 전통 금융의 성장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1860년대 미국에서는 국채 발행이 늘면서 증권 보관 수요가 확대됐고, 금고 회사들은 이후 상속 재산과 채권 담보를 관리하는 영역으로 진출했다. 고객이 사망한 뒤 증권을 상속인에게 배분하거나 채무 불이행 때 채권자를 대신해 담보권을 행사하는 업무가 새로운 사업이 됐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보관에서 운용으로 확장한 사례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24년 미국 최초의 뮤추얼펀드 수탁은행을 맡았으며, 1978년 기관투자자를 위한 운용 부서를 설립했다. 자산의 거래·정산·기록을 처리하던 경험을 인덱스 운용과 현금 관리에 활용한 것이다. 이후 1993년 상장지수펀드 SPY를 선보이며 개인투자자까지 고객층을 넓혔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디지털자산 수탁사 역시 기존 고객이 보관 이후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에서 성장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금고 회사가 상속과 담보 관리로 사업을 넓혔다면, 현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정산과 온체인 자산 운용이 확장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앵커리지 디지털과 비트고다. 보고서는 앵커리지가 2021년 1월, 비트고가 2025년 12월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감독을 받는 국가신탁은행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신탁은행과 계열사를 통해 자산 보관에 거래·정산·담보 대출·스테이킹을 결합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상환, 준비금 관리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관련 기관 상품, RWA 시장의 확대는 이들 기업에 추가 기회를 제공한다. 기관 고객이 자산을 보유하는 데서 나아가 거래와 자금 조달에 활용하려면 여러 금융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 수탁 과정에서 확보한 고객 기반과 거래 처리 경험은 전통 금융기관과 경쟁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아고라와 카테나는 투자 자문·운용을 중심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26년 9월 18일 OCC로부터 국가신탁은행 설립 예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다만 자본금과 운영 체계 등 개업 조건을 충족하고 최종 영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계획된 사업을 이미 가동 중인 서비스나 검증된 실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고라는 기관 고객에게 투자처와 수익 기회를 제시하되 최종 판단은 고객에게 맡기는 방식을 추진한다. 카테나는 고객과 합의한 조건에 따라 자산을 직접 운용하고,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기업을 대신해 사용하는 자산도 관리할 계획이다. 같은 디지털자산 수탁 기반이라도 자문과 운용 가운데 어떤 기능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사업 모델이 달라진다.
실제 경쟁력은 투자 구조에 대한 이해와 위험 관리 능력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탈중앙화 금융(DeFi)에서는 대출과 유동성 공급, 여러 프로토콜을 연결한 거래가 수익을 만든다. 각 수익의 발생 경로와 자산 간 연결 관계를 파악해야 운용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험을 먼저 축적한 기업이 후발 금융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토큰화 국채 펀드는 서비스 확장의 방향을 보여준다. 투자자는 펀드를 보유해 수익을 얻는 동시에 이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다른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업무는 보관에 그치지 않는다. 자산 이전과 정산, 담보 관리까지 연결돼야 한다. 디지털자산 수탁사는 이 과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관 고객과의 거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향후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의 경쟁력이 보관 규모뿐 아니라 맡은 자산을 기반으로 어떤 사업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신탁 인가는 사업 확장의 기반이지만 성장 자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구현하고 운용 성과와 자산 관리 능력을 입증하는 기업이 보관료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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