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르나·제미니 등 5개사 동시 IPO 돌입… 얼어붙은 美 증시 다시 달아오르나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이 일부 기업들의 상장 계획에 제동을 걸었던 가운데, 최근 5개 기업이 연이어 IPO 로드쇼에 돌입하며 증시 복귀 트렌드에 불을 지폈다. 2025년 하반기 들어 IPO 시장이 점차 온기를 되찾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는 분위기다.

이번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 블록체인 기반 대출 플랫폼 피겨(Figure),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Gemini), 공학 설비 및 유지보수 기업 레젠스(Legence), 오리건주에 본사를 둔 카페 브랜드 블랙락 커피 바(Black Rock Coffee Bar) 등 총 5곳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클라르나다. 소문만 무성했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이 공식화되며, 최대 140억 달러(약 20조 1,600억 원)라는 IPO 밸류에이션 목표도 공개했다. 클라르나는 3,430만 주를 주당 35~37달러 선에서 공모할 계획인데, 이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본격적인 확장 의지를 반영한 행보다. 2005년 설립된 클라르나는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BNPL)’ 모델로 성장하며 세쿼이아 캐피탈, 제너럴 애틀랜틱, 실버레이크, 산탄데르 은행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자금을 통해 지금까지 약 62억 달러(약 8조 9,300억 원)를 조달했다.

피겨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대출 상품으로 주목받은 회사로, 미국 IPO를 통해 최대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벤처 및 채권 투자 등을 통해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를 유치한 바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 또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IPO를 통해 약 3억 1,670만 달러(약 4,600억 원)를 조달하며, 시가총액은 약 22억 달러(약 3조 1,7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제미니는 지금까지 벤처 및 채무 형태로 약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유치했다.

한편,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 레젠스는 29억 5,000만 달러(약 4조 2,500억 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IPO에 나선다. 이 기업은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카페 체인업체인 블랙락 커피 바는 약 2억 6,500만 달러(약 3,8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며, 총 1,470만 주를 주당 16~18달러 수준에서 공모할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IPO 시장이 얼어붙었던 배경에는 금리 인상, 경제 불확실성, 정부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다. 특히 올해 초 미국의 관세정책이 일부 해외 기업들에게 미국 상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면서 한동안 상장을 보류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AI, 핀테크, 블록체인 등 성장 산업 중심의 기업들이 다시금 IPO 시장으로 복귀하면서 투자심리에도 점진적인 회복세가 감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5개 기업의 동시다발적 상장 움직임을 두고, 침체됐던 IPO 시장이 다시금 열릴 조짐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그 속도는 급격한 확산보다는 점진적 확장의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 붐과 기술 중심의 피크밸류 기업들이 시장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향후 후속 IPO 대열에 합류할 스타트업들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