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장기간 침체됐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니콘 기업들이 앞다퉈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핀테크,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소비재 분야에서 유력한 기업공개 후보로 꼽히는 14개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대중의 기대를 크게 받고 있는 기업들이며, 다른 기업들은 조용히 상장을 준비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핀테크 유니콘 스트라이프(Stripe)다. 샌프란시스코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기업가치가 약 915억 달러(약 131조 7,600억 원)로 평가되며, 비상장 핀테크 가운데 최고 가치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런 위치가 오히려 상장을 미루는 원인이 되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IPO 대신 직원과 초기 투자자들에게 지분 유동성을 제공해 왔고, 2024년에만 총 지급 결제액이 1조 4,000억 달러(약 2,016조 원)를 돌파했다.
스트라이프의 경쟁자인 에어왈렉스(Airwallex)도 IPO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분류된다.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해 현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핀테크 기업인 에어왈렉스는 2025년 시리즈F 라운드에서 6억 2,000만 달러(약 8928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 북미와 유럽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연간 수익 10억 달러 규모를 향해 성장하고 있으며, 2026년 공개 시장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AI 분야에서는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와 데이터브릭스(Databricks)가 주목된다. 고성능 AI 칩 전문업체 세레브라스는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서류를 제출했으며, 규제 이슈로 일정이 일시 중단됐을 뿐, 상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반면 데이터브릭스는 2024년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H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후속 인수와 강력한 수익지표 덕분에 IPO에 보다 가까이 다가선 상태다.
AI+마케팅 기술 기업 클레이(Clay)도 주목할 만하다. 2025년 예상 매출 1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을 세 배 끌어올린 이 기업은 밸류에이션도 31억 달러(약 4조 4,640억 원)까지 상승했다. 최근 1년 사이 시리즈 C 투자 유치와 함께 기업 규모를 확장하며 IPO 후보군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이버보안 분야에서는 프랑스의 하드웨어 지갑 스타트업 레저(Ledger)와 암호관리 서비스 1패스워드(1Password), 그리고 엔드포인트 보안 솔루션 기업 터니엄(Tanium)이 떠오른다. 레저는 전 세계 암호자산의 약 20%를 자사 지갑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미국 증시 상장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1패스워드는 안정적인 기업 수익과 수익성 기반으로, 터니엄은 2024년 연매출 7억 달러(약 1조 88억 원)를 기록하면서 강력한 IPO 후보로 등장했다.
소비재 부문에서는 패션 브랜드 스킴스(SKIMS)와 퀸스(Quince)가 돋보인다. 스킴스는 킴 카다시안이 공동 창업한 브랜드로, 최근 활발한 신제품 론칭과 미디어 노출 덕분에 기업공개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D2C(Direct-to-Consumer) 분야의 스타트업 퀸스는 2025년 시리즈 D를 준비 중이며, 기업가치는 45억 달러(약 6조 4,8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헬스케어 및 바이오테크 분야에서는 커뮤어(Commure)와 이나리(Inari)가 포함됐다. 커뮤어는 AI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최근 수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해 왔으며, 이나리는 AI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접목해 작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마지막으로 우주 및 방산 스타트업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2025년 안으로 IPO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드림 체이서 우주선 개발 및 상업용 우주정거장 프로젝트 등 굵직한 기술을 기반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과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총 17억 달러(약 2조 4,480억 원)를 조달하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핀테크, 사이버보안, 우주기술 등 고성장 산업 중심의 IPO 재개는 향후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마켓 환경의 안정화와 함께 새로운 리더 기업들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들 유망 기업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