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가 생성형 인공지능(GAI)의 과도기를 넘어 본격적인 엔터프라이즈용 에이전트 기반 모델 구축에 나서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주 개최된 '드림포스(Dreamforce) 2025'는 세일즈포스가 초기형 AI 도입을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결과를 전달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ervice as Software)'로 전략 축을 전환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서 부각된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 개념은 단순한 AI 자동화가 아닌, 관찰력, 추론, 실행,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 중심의 시스템 체계를 지향한다. 세일즈포스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자사의 ‘Agentforce 360’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플랫폼은 기존의 CRM 플랫폼인 Customer 360과 통합돼, 고객 데이터를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핵심은 ‘시스템 오브 인텔리전스(System of Intelligence, SoI)’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라 조직 내 분절된 데이터를 맥락화하여 4차원 동적 지도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고객 행동의 원인, 제약 조건, 시간 흐름을 반영한 의미 기반 구조는 에이전트가 상황을 파악하고 정책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 구조는 세일즈포스의 'Data Cloud'와 직접 연결되어 의사결정 추적성과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Agentforce 360'에는 새로운 운영 레이어가 도입되었다. 에이전트의 행동을 관찰하고 정책 이행 여부를 체크하며, 이유 기반 추론결과를 추적할 수 있는 ‘에이전트 가시성(Observability)’ 시스템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은 상시 학습하며 업무 흐름을 강화한다. 이러한 구성은 단지 에이전트의 수동적 실행이 아니라, 거버넌스와 추론 기능이 결합된 확장 가능한 에이전트 플릿을 운영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세일즈포스는 개발 생태계 확장을 위해 다양한 도구도 공개했다. 'Agentforce Builder'는 비즈니스 분석가와 AI 엔지니어가 손쉽게 에이전트를 조립할 수 있도록 돕고, 'Agent Script'는 프로세스 안정성을 위한 결정론적 흐름 삽입을 지원한다. 'Vibes'는 사용자 경험 설계를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구현하며, 'Agentforce Voice'는 실제 현장 업무에서 음성 기반 입력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Agentforce 360을 중심으로 연결되며, 기존 SaaS와는 다른 차원의 동작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도메인 지식의 디지털화’와 그로 인한 ‘비용 감소’ 및 ‘차별화’다. 세일즈포스는 과거 SaaS에서 보였던 애플리케이션 중심 설계에서 벗어나,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에이전트를 통해 직접 실행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인건비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실행 결과의 일관성과 추적 가능성을 높여주는, 명백한 경제적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일즈포스가 기존 애플리케이션 기업에서 플랫폼 중심 기업으로 조직적인 정체성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정책, 실행 인프라를 모두 감싸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며, 해당 기술을 실제 고객 환경에 맞게 운영하는 IT 조직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이와 관련된 시장 진입 전략을 Dell CEO인 마이클 델(Michael Dell)과의 조명된 협업 속에서 균형 있게 전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SaaS 혁명을 주도했던 세일즈포스가 이제는 ‘서비스가 곧 소프트웨어’인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리더십을 다시 확보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도구 제공을 넘어서 결과를 지휘하는 역량, 즉 ‘에이전틱 실행력’이 향후 AI 기반 기업 생태계에서의 주도권을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