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약 10억 달러 규모의 자사 주식을 전격 매입하면서, 테슬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8개월 만에 다시 400달러 선을 돌파했다.

현지시간으로 9월 15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3.62% 오른 410.26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는 425달러를 넘기며 7.5% 이상 급등하기도 했지만, 이후 차익 실현 매물 등이 나오면서 다소 상승폭이 줄었다. 이날 종가는 지난 1월 23일 이후 근 8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치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400달러 벽을 다시 넘어서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번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 CEO의 대규모 주식 매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 금융 규제기관에 제출된 공식 서류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9월 12일 10억 달러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들였다. 이는 그가 2020년 2월 이후 약 5년 7개월 만에 직접 주식을 매입한 사례이며, 금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간 머스크는 주로 주식을 매도하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매입은 시장에 강력한 신뢰 신호로 읽혔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매입이 향후 테슬라의 손익 전망이나 AI 및 로봇 사업 강화 의지를 반영하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의 주식 매입을 두고 “AI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한 행동이자, 테슬라 장기 성장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실제 상용화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또한 머스크의 이번 결정은 테슬라 이사회가 마련한 성과 보상안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이사회는 오는 11월 주주총회에서 2035년까지 10단계에 걸쳐 총 1조 달러(약 1,390조 원) 규모의 보상을 지급하는 조건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데, 보상을 전부 수령하려면 테슬라 시가총액이 현재의 약 1조 3천억 달러에서 최대 8조 5천억 달러로 커져야 한다. 머스크의 주가 부양 의지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 주가는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 대비 약 186배에서 거래되고 있어, 미국 대형주 평균인 약 23배에 비해 현격히 높은 수준이다. CFRA의 애널리스트 개럿 넬슨은 “테슬라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 수익 전망과 실제 주가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테슬라가 신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보여줄 수 있을지에 따라 계속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제품 상용화와 함께 머스크의 리더십에 대한 시장 신뢰가 유지된다면 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부담, 기술주의 변동성 확대 등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