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9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 원이 넘는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증시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이들의 투자 행보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높은 환율이 계속 유지돼 시장의 복합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23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과 연합인포맥스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7조5천29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1조6천12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외국인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올 들어 전체 외국인 수급은 이달을 기점으로 다시 순매수 전환에 성공했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반도체 관련 종목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이 4조2천98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그 결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51.25%로 상승했으며,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관심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 저장과 처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특히 고용량 D램과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 기관들도 이러한 흐름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한 보고서에서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관측과 함께, 2027년쯤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반도체 업황에 대해 비관적이었던 기조에서 크게 전환된 분석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이러한 투자 유입과는 별개로, 환율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 원화 수요가 늘어나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23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92.6원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점을 주된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9월 들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2조2천억 원대에 달하며, 이는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미 관세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점, 향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우려, 기업 및 기관의 달러 보유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원화 환율이 쉽게 하락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KB증권은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외환 시장의 불균형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외국인은 적극적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내 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양 시장 간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향후 글로벌 통상정책이나 금리 방향성에 따라 자금 흐름과 환율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