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 기술주의 상승세에 힘입어 3,486선까지 오르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수는 3,500 고지에 근접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지만, 대다수 종목이 하락하는 등 시장 내부는 다소 엇갈린 분위기를 보였다.
9월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51% 오른 3,486.19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를 새로 썼다. 장중 한때는 3,494.49까지 오르며 지난 22일 기록했던 장중 최고치(3,482.25)를 경신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이날 개인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로 0.25% 하락한 872.21에 마감하며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날 주가 상승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985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선물시장에서도 333억 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450억 원, 1,362억 원을 순매도했다. 장 초반만 해도 외국인이 매도세를 보이며 주가를 누르는 듯했지만, 장 중반 이후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에 대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흐름이 뒤집혔다.
상승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였다. 삼성전자는 장중 8만5,9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36만3,000원까지 올라 자체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나온 반도체 산업 관련 호재에 따른 투자 심리 개선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특히,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고,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에 대한 시장 호평 속 주가가 각각 3.93%, 4.31%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기조가 한국 반도체 업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전체 시장 분위기는 혼재됐다. 거래된 유가증권시장 종목 930개 중 하락 종목은 601개에 달해, 상승 종목(270개)을 크게 상회했다. 일부 기술주 강세에도 불구하고, 일반 종목에 대한 투자 심리는 여전히 불균형을 드러냈다.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 체결 소식에 8.93% 급등했고, 전력기기나 바이오 업종도 일부 강세를 보였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네이버, 카카오 등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DI동일은 1천억 원대 주가조작 사건 연루설에 휘말리며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한편,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56억 원, 799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의 하락을 이끌었다. 에코프로비엠, 펩트론 등이 강세를 보였으나, 알테오젠,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주도 바이오 및 기술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양대 시장 거래대금은 각각 12조900억 원, 10조37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외에도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서 총 7조5,390억 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 같은 상승 흐름은 당분간 주요 기술주의 실적 돌파 여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 글로벌 반도체 수요 동향 등에 영향을 받으며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장 내부적으로는 상승 동력이 일부 주도주에 편중돼 있어, 종목 간 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국면이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업종별 흐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