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11월 4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에 밀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의 급락이 지수 하락을 주도하면서, 전날 처음으로 돌파했던 4,200선이 하루 만에 무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0.13포인트, 2.37퍼센트 하락한 4,121.74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4,219.24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잠시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한때 4,117.91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날까지 4일 연속 상승하며 코스피는 사상 처음 4,200선을 넘어섰던 터였기에 시장의 조정 압력은 예상보다 거셌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였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천232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았으며,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1조1천400억원 이상을 매도했다. 이는 2021년 8월 13일 이후 4년여 만에 최대 규모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최근 급등한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 실현 욕구와 원화 가치 하락이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9.1원 오른 1,437.9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나란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날 각각 11만원, 62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이들 종목은 하루 만에 5.58퍼센트, 5.48퍼센트 하락했다. 이 여파로 삼성그룹 전체의 시가총액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동차, 조선, 항공우주주 등 최근 상승세를 탔던 종목군도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각각 5.32퍼센트, 2.80퍼센트 떨어졌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조선주도 약세를 보였다.

대체로 대형주 위주인 코스피가 하방 압력을 받은 것과 달리, 중소형주가 많은 코스닥지수는 이날 0.03퍼센트 오름세로 출발해 결국 1.31퍼센트 상승한 926.57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천300억원, 1천662억원 순매수했으며, 개인은 3천652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에서는 HLB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투자 소식에 13.68퍼센트 급등했고, 알테오젠과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바이오·2차전지 분야 주요 종목들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20조7천560억원, 12조75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 및 메인마켓 거래대금은 총 15조8천368억원에 달했다. 이는 당일 시장 불확실성이 높았음에도 거래 활황이 이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급락은 전날 급등했던 종목에 대한 차익 실현 욕구가 주요 요인이지만, 환율 급등에 따른 외국인 투자 심리 위축과 미국 기술주 일부 강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대감에 선반영됐던 국내 증시의 낙관적 분위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대외 리스크 완화 여부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실적 기대치에 따라 추가 변동성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술주 중심의 조정 장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외국인 수급 흐름과 환율 안정 여부가 주가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