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전 세계 텔레비전 출하량이 사상 처음으로 5천만 대 아래로 내려앉았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수요 둔화와 수출입 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제조업체들의 출하 실적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11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4천975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분기 출하량이 5천만 대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소의 배경으로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점을 첫손에 꼽는다. 여기에 미국 등의 무역 정책 변화에 대응해 상반기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는 ‘풀인 효과’(선수요)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축소도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업별 출하량 경쟁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고전을 면치 않는 시장 상황에서도 점유율 17.2%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중국의 하이센스가 15.4%로 추격하면서 그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하이센스는 하반기 들어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을 무기로 내세우며 자국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쏟아왔다. 이는 자사 출하량 기준으로도 역대 가장 높은 점유율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의 TCL이 14.9%로 3위를 차지했으며, LG전자는 11.7%로 4위에 머물렀다. TCL과 하이센스의 선전은 중국 내 내수 진작 정책과 가격 경쟁력 덕분인 반면, LG전자의 점유율 하락은 원가 상승, 고급 제품 중심 전략의 한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는 연말 소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중국의 대형 쇼핑 이벤트인 광군절(11월 11일) 등이 몰려 있는 4분기에는 다시 출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7.3% 증가한 5천321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 TV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한다. 더 이상 단순 출하량 확대보다는, 제조사마다 차별화된 기술력이나 가격 전략, 지역 맞춤형 마케팅이 성패를 가르는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도약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제조업체들도 프리미엄 제품 강화 외에 중가 라인업의 경쟁력 확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