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이후 국내 관련 상품의 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투자 수요가 반도체 테마 레버리지 ETF나 해외 상장 상품으로 옮겨가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7일 낸 보고서에서 규제의 단기 효과는 확인되지만, 시장 전체의 위험 선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정현종 연구원은 금융 당국 규제가 시행된 뒤인 8월 4일 기준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운용자산이 각각 1조6천억원, 2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각 상품의 최고치와 비교해 45%, 42% 줄어든 수준이다. 일간 거래대금도 각각 2천억원, 4천억원으로, 정점 때보다 90% 가까이 감소했다. 당국이 과도한 단기 투기 수요를 누르기 위해 규제에 나선 만큼, 국내 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진정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다만 자금이 완전히 빠져나간 것이라기보다 다른 통로를 찾는 모습도 관찰된다. 정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가 줄어든 대신 반도체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규제가 특정 상품에 집중되면 투자자들이 비슷한 성격의 대체 상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이 큰 데다, 업황 회복 기대와 주가 반등 가능성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꾸준해 이런 이동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해외 상장 상품으로의 이동도 변수로 꼽힌다. 국내 규제를 직접 받지 않는 홍콩이나 미국 상장 레버리지 ETF에 자금이 유입되면, 겉으로는 국내 규제가 성과를 낸 것처럼 보여도 실제 투자 수요는 국외 시장으로 옮겨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홍콩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 ETF’의 경우 운용자산이 줄어드는 시기에도 좌수는 꾸준히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7월 기초자산 주가가 급락했을 때 글로벌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해 신규 자금을 넣었고, 국내 투자자의 대체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ETF 신규 발행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해외 운용사들이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미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예탁증서)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레버리지 셰어즈와 프로 셰어즈 같은 해외 운용사의 상품 규모가 커질수록, 매일 수익률 배율을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보유 자산 비중 재조정) 거래도 함께 늘어난다. 이런 거래는 외국인 투자자의 추세 추종 매매나 모멘텀 거래를 자극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규제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는 효과를 냈지만, 반도체 사이클에 투자하려는 자금까지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국내 규제의 범위와 해외 대체 상품 확대 속도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