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급락 이후에도 개인투자자의 위험 선호가 구조화 상품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에 고쿠폰 수요가 붙으면서 7월 ELS 발행액은 약 3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블룸버그는 23일 한국의 7월 ELS 발행액이 약 3조5000억원으로 2023년 4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ELS 시장은 홍콩H지수 손실 사태 이후 위축됐다가 다시 거래를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구조화 상품이다. 정해진 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 이상이면 약정 수익을 지급하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은행권 판매가 줄어든 뒤 ELS는 증권사 직접 판매 공모를 중심으로 다시 발행되고 있다. 원금보장형 상품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달리 원금비보장형 ELS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
수요가 붙은 배경에는 높은 쿠폰이 있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발행한 슈퍼ELS 565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았다.
해당 상품은 연 43.4% 수익률을 제시했다. 두 종목 모두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대형주로 꼽히지만, 기초자산의 성격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없애지는 않는다.
키움증권이 출시한 SK하이닉스·LG전자 연계 ELS도 높은 연환산 쿠폰을 제시했으며, 조건 미충족 시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쿠폰은 확정 이자가 아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질수록 상품이 제시하는 쿠폰은 높아질 수 있지만, 투자자는 그만큼 기초자산 급락 위험을 함께 부담한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가 지난달 한때 22% 급락한 뒤에도 개인투자자의 위험 선호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과열 거래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뒤 투자자 관심이 더 복잡한 구조의 ELS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막상스 비소(Maxence Visseau) 아케비움캐피털 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에 ELS 발행이 시장 조정이나 변동성 급등 뒤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진입 가격이 낮아지고 상품이 제시할 수 있는 쿠폰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흐름은 반도체 대형주 선호와 고위험 상품 수요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의 핵심 종목이지만, ELS 투자자는 개별 종목의 장기 경쟁력뿐 아니라 평가일별 가격 조건과 손실 발생 기준을 함께 봐야 한다.
국내 개인 자금은 최근 주식 현물과 ETF, 구조화 상품 사이를 오가며 위험 노출 방식을 바꾸고 있다. 본지는 앞서 코스피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식 50%, 채권 50%를 섞은 채권혼합50 ETF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LS 발행 증가는 개인 자금이 위험을 줄였다는 신호라기보다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고쿠폰 문구는 상품 조건이 맞을 때 지급되는 약정 수익률이며, 조건을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